가을이 걸어온다

by 윤슬작가

가을이라는 단어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한 해 동안 얻기 위해 애쓴 것을 하나, 둘 꺼내어 본다.

때로는 예민해지기도 했고,

어느 때보다 초연한 태도가 필요했던 기억과 함께.


다이어리를 통해 빼곡하게 채워 넣은 기록은 물론,

미처 다이어리로 옮겨오지 못하고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끄적거린 흔적까지

그날은 모든 것이 주인공이 된다.


무엇을 할 수 있었고,

무엇을 해냈는지의 접근이 아니다.

단 한 장의 스틸 사진을 만들기 위함도 아니다.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이라고나 할까.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음을

나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절차라고 할 수 있겠다.

한 해 동안 관심을 가졌던 것에 대한 보고이자,

감정이 머물렀던 곳에 대한 의견이자,

갈망했던 것에 대한 세밀한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다.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년 가을에도 비슷한 관심과 감정을 가지고,

유사한 것을 갈망하고 있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색깔의 관심과 감정,

갈망을 드러내고 있을까?


습관적으로 살아가지 않으려는 까닭에,

매번 다른 감정을 만나고 있는 것 같다.

관심이 이동되는 탓에 여기저기서 구멍이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단면적인 모습을 전부라고 치부하고 싶지 않다.


궁극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친절해지고 있다고 여기고 싶다.

서사적인 접근으로 어떤 것을 이해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그런 일을 하면서 말이다.


가을이 걸어오고 있다.

새로운 바람을 몰고.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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