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주목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시간을 믿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 너를 그곳에 넣어준 것이 누군가의 결심이었겠지만,
의도를 떠나 너는 그곳에 뿌리를 내렸고,
네가 상상하는 이미지 그대로 너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무감각해지려는 마음에 봄바람을 불어넣어 준 것도 너였고,
초록 잎으로 무성해질 때면 현실을 떠나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지.
외로움과 고독을 오가며 감수성이 예민해질 때는,
옷을 벗으며 음악을 들려주었지.
지친 어깨 위로 끄트머리를 암시하는 계절에 찾아오면,
기다림을 언급하여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몸소 보여주었지.
그런 네가 갑자기, 사라졌다.
순식간에 생겨난 일, 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네가 사라진 것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모습이 고통스러웠다.
어설픈 관심으로 너의 부재를 재잘거려본다.
네가 사라진 곳이 얼마 전부터 분주해졌다.
눈에 익은 아파트 이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꼭 이렇게 되어야만 했을까.
아니, 꼭 이렇게 될 일이었던 것을
나만 몰랐던 걸까?
혹시, 너는 알고 있었니?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