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과관계라는 사자성어와 상관없이 이해를 넓히기 위해,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 맥락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보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얻은 나름의 결론이다.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줌파 라히리가 말한 것처럼 과거는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저지대에 고여있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진다. 그런 생각이 해결하지 못한 과제처럼 내 곁을 계속적으로 맴돌았다. 읽고 쓰는 일련의 어떤 지점에서 미약하게라도 그 부분을 건드릴 수 있는, 씨실과 날실의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시절 인연이 될 수 있는, 그런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생각은 더욱 뚜렷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숙명처럼 느껴졌다. 그 마음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몇 개의 문장에 마침표가 찍힌 모습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처럼.
"모든 사람이 나만의 자서전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 인생의 의미를 밝히는 작업은 내 인생에 대한 가장 최소한의 예의이다."
"나의 인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다음 세대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 국민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
너무 거창하게 다가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거부한다.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한 저항감이 높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무슨 자서전?'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내 인생의 의미를 한번 밝혀봐야겠어'라는 마음이 샘솟기를 희망한다. 그 마음에 용기 한 스푼을 얹어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
새로운 것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친근하고, 다정한 방식을 선택했다. 자서전 쓰기 관련 책은 이미 시중에 나온 책이 많은데 정작 그 책으로 자서전을 쓰는 비율은 의외로 높지 않았다. 다른 접근이 필요해 보였다. 그때 떠올린 것이 글쓰기 수업 현장이었다. 글쓰기 자체에 대한 두려움, 이렇게 써도 되는지 아닌지 걱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모습, 자신의 글을 낭독하면서 밀려든 복합적인 감정에 당황하는 몸짓, 타인의 글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동시에 얻는 신기한 경험, 글을 쓰는 동안 잠시나마 느껴졌다는 해방감까지. 이 모든 것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하나의 꾸러미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다다랐을 때가 자서전을 기획하고 일 년이 지났을 때였다.
책을 읽는 것인지, 글을 쓰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자신이 글을 쓰는 것인지, 글이 자신을 이끌어나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경계에 자주 서게 될 것이다. 눈물이 왈칵 솟아지는 상황이 의아해지면서도 몸 안에서 무언가가 흘러나가는 느낌을 얻게 될 것이다. 때로는 격렬한 몸 시위를 목격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책의 마무리에 이르면 한결 친절하고 다정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랬으니까. 내가 글을 쓰는 동안 그러했으며, 나와 함께 글쓰기 수업을 한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으니까.
스스로를 고립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불안하게 만들었던 '자유'를 향한 진짜 여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인 것이 아닌 개별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의 선택을 돕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전 국민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
나에게서 시작된 작은 의도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진짜 여행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개별성을 찾는 가장 적절한 도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from.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