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진지하게, 인생은 재미있게.
마흔일곱 번째 겨울을 맞이하는 마음을 한 줄로 표현하면 딱 저러하다.
'진지충'이라는 표현에 다소 불편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일상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출발점은 진지함이다. 어떤 것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다 보면 저절로 방향성이 생겨나고 특징이 되기 마련인데, 나는 삶의 역동성을 찾는 과정에서 '진지함'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내 보이기 위함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강요하기 위함도 아니다. 오로지 나의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였고, 과정이었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에 나는 순응적이었다. 논의의 대상이 있다면 그저 '나'였을 뿐,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는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도 않았다. 일상은 진지하게, 나만의 문화적 유전자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에서는 진지함을 발현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와 내 인생에 대한 하나의 습관일 뿐이지, 타인과 그들의 삶은 내가 논의할 대상이 아니었다. 나름대로의 개성적인 습관을 준비했을 것이며, 그들이 구축한 세계를 호기심 있게 바라보는 것이 출발점이자 도착지라고 이해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이야기가 하나의 노래처럼 들려온다. 유사한 고립과 두려움을 경험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고, 용기를 발휘한 장면에서는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진다. 다른 세계를 구경한 이들과 같은 하늘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경이로운 발견이라고나 할까. 그런 날에는 신비로운 세계에 발을 디딘 기분이 든다.
요즘 거기에서 한발 더 내디뎌보려고 애쓰고 있다. 나와 그들 사이에 '재미'라는 요소가 첨가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작은 시도를 해보고 있다. 몇 년 동안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도 '반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지 않았다. 글쓰기 반에서 반장님을 모시기는 했었지만, 다른 모임반에서 그런 분위기를 연출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너무 진지모드였나 싶기도 하고, 함께 한 시간이 제법 흘러 재미를 모임의 일부로 넣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내년부터 모임마다 반장님을 선출해 볼 생각이다. 미처 생각해 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제안과 아이디어를 통해 모임의 연장에서 보다 더 재미있는 유대관계를 형성해 볼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강화될 부분은 강화되고, 함께를 통해 거듭날 부분이 있다면 서로 잠시 기댈 수 있는 공간으로, 모임으로, 관계로 진화를 꿈꿔본다.
내년에는 '일상은 진지하게, 인생은 재미있게'를 향한 과도기가 될 것 같다.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것이지, 치밀하고 멋진 계획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그저 나와 논의를 끝냈다는 의미이며,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에게 말을 걸어보겠다는 다짐의 절차일 뿐이다. 지금까지 해온 일이 그러하듯, 마음이 흐르는 것에 무리가 따르지 않으니 시도해 볼 생각이다. 좋고, 나쁘다 혹은 옳고 그르다는 관점으로 섣부르게 재단하지 않고 어떤 일을 잘하고 싶다면 그 일에 꾸준하게 관여해야 한다는 말처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마음으로 일단 관여해 볼 생각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