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 외딴 시골집에서 어느 날... 시작할 거잖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치, 시작한다. 캔자스 외딴 시골집에서 어느 날 잠을 자고 있을 때 무서운...."
애써 떠올리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나도 모르게 술술 터져 나오는 것이 있다. 자장가, 어릴 때부터 두 아이에게 불러준 자장가가 있다. 가능한 본래의 가사에 충실하려고 하지만, 마음대로 가사를 바꾸는 것은 일도 아니다. 두 아이는 주변에서 말하는 일명 엄마 껌딱지였다. 밥을 먹든, 잠을 자든, 어디를 가든 나와 함께였다. 평온이든, 습관이든 아이들은 나를 찾았는데 특히 잠자리가 유난스러웠다. 두 아이를 양쪽에 눕혀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재웠다. 대부분 아이들이 먼저 잠들었지만, 어떤 날에는 자장가를 부르다가 내가 먼저 잠들기도 했다. 그랬던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자장가를 찾는 일이 사라졌다. 자장가뿐만 아니라 나를 찾는 일도 줄어들었다. 어릴 때 이야기를 하면 미소 가득한 얼굴로 "내가 언제?"라고 말할 뿐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고등학생이 된 큰 아이가 밤중에 나를 찾아왔다. 잠결에 아이의 발걸음을 들렸던 모양이다. 아이들 키울 때 잠귀가 밝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지만, 아직까지 이 정도로 유효한지 스스로도 놀랐다.
"추워?"
갑작스럽게 기온차가 벌어지면서 더 두꺼운 이불이 필요한지, 방안의 온도를 더 높여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다. 아이를 보자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말은 "추워?"였다.
"아니..."
"그래? 그럼 얼릉 자. 아니면 내일 많이 피곤해"
중간에 잠이 깨어버리면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아 내일 학교에서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잠을 청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다른 말보다 '얼릉 자'라는 얘기가 먼저 나왔다. 침대 옆에 가만히 서 있던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아이를 보내놓고, 금방 잠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아이의 출현에 마음이 쓰였던 모양이다. 안 되겠다 싶다는 마음에 침대에서 일어나 아이 방으로 갔다.
"엄마랑 같이 잘까?"
기다렸다는 듯, 아이가 대답했다.
"그럴까?"
침대로 돌아와 베개와 핸드폰을 주섬주섬 챙겨 아이 곁에 누웠다.
"오랜만에 같이 잔다. 그치?"
"응"
"잠이 안 왔어?"
"응, 1시간째 잠이 안 와서.... 미치겠어..."
"그래? "피곤하겠다. 얼른 자. 엄마가 자장가 불러줄까?"
"응"
"뭐부터 불러줄까?"
품속으로 파고들면서 아이가 말했다.
"캔자스 외딴 시골집에서 어느 날... 시작할 거잖아?"
"그치, 시작한다. 캔자스 외딴 시골집에서 어느 날 잠을 자고 있을 때 무서운...."
마지막으로 자장가를 불러준 것이 언제였나 싶었다. 실로 오랜만에 나의 자장가 전곡이 리플레이 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캔자스로 돌아왔을 때쯤부터 기억이 없다. 그 즈음 나도, 아이도 꿈나라 기차에 몸을 실었던 모양이다. 아주 크나큰 사건도 아니었고, 심각한 일도 아니었지만, 대단히 중요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소중한 존재에게 마음을 표현했다는 생각과 함께 오래전 기억 속을 걸어 다니면서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