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블로그에서 글쓰기를 연습한다

by 윤슬작가

팀 패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을 읽고 있다. 세계 1등을 되겠다는 큰 목표보다는 11월과 12월에 치르는 어떤 의식처럼 이맘때가 되면 자기 계발서나 트렌드 책을 읽게 된다. 정리와 시작을 함께 펼쳐놓고, 때로는 선수처럼, 때로는 코치처럼 여러 생각에 빠진다. 가끔은 스스로와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게 얼마간을 보내면 떠내려가도록 둬야 할 것과 힘찬 격려로 유지해 나갈 것, 새롭게 시도할 것이 정리된다.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대해 답을 내놓는 과정을 보내는 셈이다.


팀 패리스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사람을 거인이라는 뜻으로 '타이탄'이라고 불렀고,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여 개개인의 삶을 더 열정적으로, 성공적으로 이끌어주고 싶어 한다. 타이탄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을 공유하여 누구나 '나비'가 될 수 있으니 디테일한 요소를 잘 살 여내어 인생의 승리자가 되라고 강조한다. 그의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세계 최고들이 매일 실천하는 것들"과 관련하여 이미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을 때는 마음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최고는 아니지만, 그 길에 서 있다는 느낌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겨나는 페이지에서는 "나는 도저히 이런 부분은 안 되니까, 여기서는..."이라는 말과 함께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평소 반신반의했던 질문이 책 속에서 나를 바라볼 때에는 "그래, 이거였지!"라는 말로 조금 더 확신을 얻기도 했다.


"패자에겐 목표가, 승자에겐 체계가 있다.- p.112"

며칠 전부터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문장이다. 연재만화 <딜버트>의 작가인 스콧 애덤스의 일화가 소개되고 있었는데, 그가 자신이 블로그를 시작한 때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블로그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물었다고 한다.

"목표가 뭐야?"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는 목표 때문이 아니라 체계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모두 그냥 웃기만 했다. 별 신통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신통치 않으니까 지독하게 연습해 체계를 세우려고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단기적인 목표 예를 들어 출판사 투고나 신문사의 연재 지면을 얻는 것을 바라며 글을 쓰기보다 블로그에서 글쓰기를 연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목표가 아니라 체계를 갖춤으로써 가능성이 낮은 지점에서 높은 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블로그란 일종의 R&D 공간이었다. - p.113"


결정적인 문장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그리고 앞으로를 설명할 문장이었다. 2004년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나에게는 목표 같은 것이 없었다. 그저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애덤의 표현처럼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도 바랄 수도 없었다. 목표라는 것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까닭에 일상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삶에서 떨어져 나가 순식간에 분리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쓰는 일, 그러니까 '작가'의 삶을 살아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부터는 달라졌다. 그때가 대략 2014쯤인 것 같다. 당시에도 '체계'라는 것보다는 "작가가 되려면 적어도 매일 글쓰기에 매달리고, 연습하고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전부였다.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 글쓰기가 2021년 11월 현재, 나에게도 R&D의 공간이자, 글쓰기 훈련장이며 보육실로 자리 잡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블로그에서 글쓰기를 연습한다. 다음 작품을 위한 초고를 쓰는 공간으로, 나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한 공간으로, 기획하고 준비한 자료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어떤 식으로든 매일 관여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늘 블로그 글쓰기 해야지?'라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은 사라졌다.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 되었고, 마음이 몸을 이끌어 저절로 책상 앞에 앉게 된다. 미리 준비한 것이 있을 때는 다듬는 방식으로, 빠른 속도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그것을 받아 적는 방식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팀 패리스는 "세계 최고가 되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나에겐 아직 너무 거창하게 들려온다. 다만 잘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어 있으니, 남은 것은 '연습'뿐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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