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숙한 감정을 만나는 12월

by 윤슬작가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에게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하밀할아머지의 조언이다. 할아버지를 통해 세상을 배워나가고, 로자 아줌마를 통해 사랑을 배워나가는 모모.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읽다 보면 모모만큼의 깨달음은 아니겠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면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예전에는 그런 게 많았던 것 같다. 이래야 한다, 혹은 저래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옳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어떻게 보면 자기애가 넘쳐났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혼란스러운 느낌이 드는 날도 있지만 조금씩 옳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가고 있다. 이러한 마음은 연말을 마주하는 생각에도 변화를 이끌어낸 것 같다. 열심히 생활한 나를 위한 휴식의 시간도 좋지만, 고마움과 감사를 떠올리게 만들었으니까.

12월, 생산적인 일보다 깊숙한 감정을 만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업무에서 벗어나 몽환적인 공간을 마주하기 위해 혼자만의 여행의 실행해 보기도 하고, 아주 오래된 친구를 만나 회포를 푸는 시간도 가졌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올 한 해 함께 읽고 쓴 분들과의 소소한 만남도 이어나가고 있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을 하는 11월까지의 시간도 좋지만, 허공에 발을 두고 춤을 추듯 떠다니는 12월도 더없이 행복하다. 함께 한 시간에 대해 기억을 되살리고, 내일을 함께 궁리하는 호의적인 모습을 보며 2021년도 제법 근사하게 마무리될 것 같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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