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살자, 한번 살아본 것처럼

by 윤슬작가


"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결국엔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일 뿐이다. 결혼은 따듯한 사람하고 하거라."

"오늘이 그날이구나."

"인생은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동안...우리가 할수 있는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것이다."

- 영화, 어바웃 타임 중에서




"엄마, 내 인생 영화 중에 하나인데, 꼭 봐봐"


딸의 제안에 주저 없이 남편과 함께 넷플릭스를 켰다. 크리스마스라는 것이 이유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수업 없이 보내는 토요일을 끝까지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여유가 느껴지는 분위기였고,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감이나 부담에 노출되지 않은 밤, 나는 우연히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게 되었다.


팀은 어느 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인데, 바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시간과 정확한 장소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어두운 곳(그러니까 장롱 속)에 들어가 마음속으로 그곳을 떠올리면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단, 누군가를 죽이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하는 것은 할 수 없다는 알게 되지만. 팀은 자신의 사랑을 위해, 삶을 위해 단단한 결심으로 런던으로 떠나 아버지의 친구이자 최고의 극작가인 해리 집에 머물며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때 팀은 어떤 특별한 카페에서 운명의 여인 메리를 만나게 되고, 팀은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서 연락처를 받게 된다. 와우! 이런 멋진 날이.


하지만 행복한 팀과 달리 그날, 해리에게는 최악의 사건이 생겨난다. 배우가 대사를 까먹는, 최악의 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팀은 상실감에 빠진 해리를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난다. 대사를 까먹은 배우를 위해 구석에서 대본을 보여주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성황리에 무대가 마무리되고, 기쁜 마음으로 팀은 메리를 만나기 위해 카페로 향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다행히 연락처를 받아두었다는 생각에 연락처를 뒤적이지만 어디에서도 메리의 연락처는 없었다. 해리를 위한 시간 여행에서 팀은 운명의 여인을 놓치게 된 것이다. 과연 팀은 어떻게 되었을까? 팀은 메리를 다시 만나 운명을 확인할 기회를 가지게 될까?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팀은 똑똑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고, 메리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왜 딸이 인생 영화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평소 딸과 나의 코드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더러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던 것 같다. 딸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보려고 노력하는지 알 것 같았다.


어바웃 타임.

About time.


2017년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처음 출간한 책이 <살자, 한번 살아본 것처럼>이다. 모두 처음 살아보는 세상이지만, 두 번째 살아보는 거라면 어떨까, 두 번째였다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첫 번째처럼 주저할까, 두 번째라면 뒤로 물러설까, 두 번째라면 자책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을 반복할까, 시도조차 하지 않고 도망갈 궁리를 할까,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올라왔고 결론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선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팀이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똑같은 일상을 두 번째 경험했을 때 완전히 결이 다른 시간을 살았던 것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다른 삶을 살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 마음으로, 나를 위해,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살자, 한번 살아본 것처럼"이라는 문장을 완성했다.


목구멍에 걸려서 잘 넘어가지 않는 것도 물 한 모금을 들이켜고, 울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에 크게 울어버리는 것으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애써 막지 않으면서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좋은 곳, 특별한 사람과의 함께하는 순간의 기쁨보다 항상 달라붙어 있어서 잘 모르는 일상의 반짝임에 수시로 입맞춤을 하고 있다. 이미 닫힌 문이 아닌, 또 다른 문이 있음을 기억하며 온몸을 충분히 적시는 방식으로 처음이 아닌, 두 번째 스토리를 만드는 중이다. 팀이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찾아갔을 때, 모든 것을 직감한 팀의 아버지는 말한다.


"오늘이 그날이구나"


팀과 팀의 아버지는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난다. 어린 시절의 팀과 조금 더 젊었던 팀의 아버지가 함께 해변가를 뛰어노는 곳으로. 팀의 아버지는 시간 여행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랬기에 50이 되었을 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고, 팀과 함께 탁구를 치는, 책을 읽으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아버지의 행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된 팀은 아버지에게서의 배움을 잊지 않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 첫 번째 삶과 두 번째 삶을 일치시키는 사람이 된다. 온몸을 푹 적셔 충실히 느끼며,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그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 실로, 오랜만에 감사가 충만한 영화를 만났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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