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짱이라는 소리를 듣는 비결

by 윤슬작가

어떤 것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가려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독서 습관, 운동 같은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쉬운 일인가 하면 특별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세상이 공평해서 모든 것이 쉬운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조금 더 강한 부분이 있고, 조금 더 약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감사하게도 나는 운동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이다. 가벼운 걷기부터 수영, 요가, 에어로빅, 헬스까지 제법 열심이었다. 이십 대, 삼십 대에 좋아했던 것들이라 지금은 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어찌 되었건 일정 시간은 운동에 시간을 투자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혼자였던 것 같다.


울산에는 현대자동차 앞에 문화회관이라고 해서 수영장이 있었다. 이십 대 초반까지 친구와 함께, 혹은 혼자 버스를 타고 수시로 다녔다. 물에 몸을 띄우는 것도 좋아하고, 물살을 가르는 느낌도 좋아하고, 적당히 등 쪽으로 흘러내리는 땀도 좋아했다. 대부분 자유형을 할 뿐이었지만 한 시간 혹은 두 시간 정도 물에서 놀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었다. 그런데도 좋아하는 거라서 나름대로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화회관까지 가는데 버스를 타고 제법 가야 해서 어느 날 우연하게 종목을 바꾸게 되었다. 동네 헬스장에서 진행하는 헬스, 에어로빅을 시작했다. 에어로빅은 생각할 겨를이 없어 좋았고, 헬스는 하나에 집중하는 느낌이 좋았다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에어로빅을 얼마 정도 하다가 이후부터는 헬스장을 들락날락했다. 그러다가 이십 대 후반에 요가라는 운동을 알게 되었다. 격하게 움직이는 것은 아닌데, 희한하게 온몸의 근육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여기저기 자극하는 느낌이 몸 전체가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이십 대를 보냈다. 다이어트라는 위대한 목적이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늘 적당히 통통한, 적당히 활기찬 모습이었다.


서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육아를 이어오는 동안 체력짱이라는 소리를 수시로 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두 번째이고, 밤늦게까지 뭔가를 하거나 새벽형 인간이 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만 자고 일어나면 충분히 회복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비축해둔 체력은 서서히 고갈되어갔고 적당한 스트레스가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몸의 이상 반응으로 인해 병원을 다녀야 했다. 갑상선 저하증, 갑상선염, 급기야 크기가 작지 않은 갑상선 초기 유두암을 만나게 되었다. 이런 황당한 일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원인을 찾고 싶었지만 딱 하나를 꼬집어내기란 어려웠다. 뚜렷하게 무엇이라고 진단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치료 차원에서의 조언은 넘쳐났다. 간략하게 줄이면 규칙적인 식사와 숙면, 운동, 스트레스 관리였다. 너무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들어온 것이라 사실 그렇게 감탄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이 조금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 시간이 넉넉한 편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 가는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그렇게 시작한 요가를 하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만두게 되었고, 주말 수영장을 하러 다녔다. 두 아이와 함께 놀이 삼아, 운동 삼아. 하지만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날이 찾아왔고, 그때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아파트 안의 공원을 몇십 번 돌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아파트 둘레, 또 어떤 날에는 아파트 몇 개를 감싸고도는 방식으로 걷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작년 필라테스 1회 7,000원이라는 문구에 발견하고는 덜렁 100회 신청을 했다. 일 년이 조금 넘긴 요즘 추가 신청을 해서 필라테스를 다니고 있다. 목표는 쉽고, 가볍게 주 2회로 다니고 있다. 연말에 들어오면서 일정이 조금 한가해진 것 같아 3회를 신청했는데 1월부터는 다시 주 2회로 움직여야 할 것 같다. 거기에 몇 달 전부터 오래전에 운 좋게 배워둔 골프 감각을 되살리고자 짬짬이 골프연습장에 출입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이만한 취미가 없겠다는 생각에 몸이 허락할 때 익혀두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허공을 휘두르는 중이다.


이십 대부터 삼십 대, 사십 대까지 나는 운동을 가까이했다. 처음에는 다이어트, 살을 빼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통통함을 넘어 숫자가 자꾸 고공행진을 하는 바람에 조치가 필요했고 그때 시작한 것이 수영이었다. 주변에서 왜 그렇게 체력이 좋으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그때마다 나는 이십 대, 삼십 대에 운동에 들인 시간 덕분에 마흔에도 무리 없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해왔다. 그 마음은 진심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사십 대 후반인 지금에도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오십 대, 육십 대가 되어서도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을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라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몇 번이라고 정해놓고, 그 시간을 무조건 지키는 방식으로 인생 후반전을 위해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가 아니라 밥을 먹는 것처럼, 물을 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계를 보다가 운동할 시간이 되면 신발을 갈아 신는다. 물론 모든 날이 완벽하지는 않다. 하기 싫은 날도 있고, 또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날도 생겨난다. 그런 날에는 기억의 골짜기에 누워있는 대(大) 자로 뻗어 누워있는 세 글자를 퍼뜩 챙겨온다.


"그냥 해!"

"그냥 해!"


from.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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