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업무를 하면서 친숙해진 플랫폼이 망고 보드이다. 엑셀이나 PPT가 능숙한 편이라서 지금까지는 그걸로 출판사 홍보자료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망고 보드를 알게 되면서 수업 안내문, 포스터, 카드 뉴스,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오고 있다. 비전문가가 전문가처럼 보일 수 있도록 조금만 수정하면 제법 근사한 작품이 완성된다. PPT로 한 것과 차별화가 느껴지면서 많은 자료를 망고 보드로 만들고 있다.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경우에는 초안을 만들어놓고 시간을 두고 수정을 하는 방식으로 망고 보드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 망고 보드를 처음으로 딸을 위해 활용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쌓아온 것이 부족하다 보니 좌절감 가득하다. 목소리는 풀이 죽어있고, 시험 후유증인지 며칠을 끙끙대고 있다. 뭔가 도움을 주려고 몇 마디 건넸다가 오히려 날카로운 대답이 되돌아와 나 또한 상처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시험 결과에 매달리지 말고,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수정해 보자고 얘기를 건넸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아이도 불편하고, 나도 불편한 며칠을 보내던 중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뭔가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우선 내 어깨에 잔뜩 들어있는 힘부터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말 전하고 싶은 것은 메시지, 속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떤 대접을 바라거나 듣고 싶은 대답이 있다기보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지금은 하나의 과정이고, 과정에 충실한다는 마음으로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다음 노트를 펼쳐 적었다. 노력에 대한 격려와 결과에 대한 속상함을 위로하는 글을 적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다. 이러다가는 원하고 싶은 메시지가 절반도 전달되지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떠올린 것이 망고 보드였다.
'망고 보드로 동영상을 만들어볼까?'
내용을 대폭적으로 줄이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간결하게 정리했다. 감정적인 것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필요한 만큼의 언급은 최대한 작게 배치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중학교, 현재까지 꾸준하게 공부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원하는 결과가 빠르게 나오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이자 같은. 그런 다음 내가 꼭 전하고 싶었은 메시지를 넣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한, 성적은 나아질 것이며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인 네게는 기회가 충분하다는 말을 넣었다. 거기에 덧붙여 네가 마무리한 결과를 가지고 대학에 입학을 했을 때 네가 가진 여러 장점이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을 마무리로, 그동안 출판사 업무를 하면서 갈고닦은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자존감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애썼다. 아이 이전에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고, 속상함과 좌절을 경험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삶이 그렇듯, 아이의 생활도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잘 되는 날이 있고, 잘되지 않는 날도 있다. 그런 경험을 쌓으면서 온전한, 자신의 삶을 준비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언제든, 어디서든 엄마가 있다는 것, 같은 팀이 되어 움직이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기를 바랐다. 어떤 온도로 느껴졌는지, 얼마만큼 친근감 있게 다가갔는지 알 수 없지만, 여러 개의 좋은 추억과 함께 아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아 든든하게 뿌리 내려보기를 희망해 본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