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그리고 반갑다.

by 윤슬작가

지금보다 조금 더 청춘이라는 말을 자주 입 밖으로 내뱉을 때는, 나이가 조금 더 들어보기를 원했다. 동작은 컸고, 말투는 거칠었다. 안간힘을 쓴다는 표현에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지만, 그때는 그것이 자연스러웠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럴 수 있다는 시선으로 바라봐 주었고, 부모님을 포함해 기성세대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불만을 터트렸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과장된 몸짓은 동물이 상대방에게 자신을 커 보이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미숙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성숙한 티를 내는 일에 유난히 공을 들였다.


그랬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게,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나이가 젊어 보이는 일에 열심이다. 양치를 하다가 새치를 발견하면 입에 칫솔을 물고 있는 상태에서 거울과 씨름을 한다. 길이가 길면 조금 쉬울까, 짧은 새치 머리는 반항을 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이상한 도전심리가 발동된다. 한참을 실랑이 끝에 새치머리를 휴지통에 버리면서 다시 양치질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새치, 이게 뭐라고'

스스로 생각해 봐도 웃긴 상황을 떠올리며, 곡의 흐름이 바뀌는 지점에 서 있음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소가 가고 범이 온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2021년이 가고 2022년이 오고 있다. 변화의 기운이 유난히 강하게 느껴지는 12월 31일. 다른 사람들은 새해가 온다고 기뻐하겠지만, 나의 달력은 끝나지 않고 32일, 33일이 될 거라고 말했던 가수 별의 노래가 생각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나는 32일, 33일을 원할까?'

아니면 '1월 1일을 기다릴까?


나는, 1월 1일을 마중 나가볼 생각이다. 성공과 실패가 이분법적으로 갈라놓은 2021년을 뒤로하고, 감탄과 좌절로 좌지우지되었던 2021년을 뒤로하고, 전진과 후퇴의 반복했던 2021년을 오늘까지만 기억하고 들여다볼 생각이다. 소중한 것은 소중한 대로,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2021년 달력과 함께 기억 창고로 넘길 생각이다. 마음대로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마음껏 살아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격려와 함께. 누군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극복하며 '나다움'을 위해 노력했다는 메시지를 붙여. 가는 사람 붙잡지 않겠다고 했던 것처럼, 충실하게 보내는 2021년을 잘 보내줄 생각이다. 2022년, 어느 쪽에 서겠다는 거창함은 없다. 어떤 사람, 어떤 작은 목표를 이루겠다는 소소한 바람뿐이다. 그저 매일 아침을 새로운 날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새로운 시간이 오고 있다.

새로운 세월을 마중 나가봐야겠다.

잘 가라. 2021년아.

반갑다. 2022년아.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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