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독서>과 <라틴어 수업>
2022년을 맞이하는 요즘, 책상 위에는 두 권의 책이 놓여있다.
수업이나 강의를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해 읽어나가고 있다.
돌아보니 그랬다. 나는 늘 길 찾는 사람이었다. 길을 걷는 사람이었고, '걷는 독서'를 하는 사람이었다.
- <걷는 독서> 서문 첫 줄 -
서문에서 박노해 시인의 글을 읽고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
'진정한 독서란 지식을 축적하는 '자기 강화'의 독서가 아닌 진리의 불길에 나를 살라내는 '자기 소멸'의 독서이다'
얼굴이 벌게지면서 피가 거꾸로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속내를 들킨 느낌이기도 했고, 동시에 가장 소중한 비밀을 발견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진정한 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가끔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곤 했다. 잘 살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도 '무엇이 잘 사는 삶인가'라는 질문에 혼잣말로 우물쭈물하기도 했다. 정말 박노해 시인의 표현처럼, 나 역시 늘 길을 찾는 사람이었고, 길 위의 서 있는 여행자였다. 여행자라면 으레 그러하듯 책 한두 권은 언제나 품고 있다.
<라틴어 수업>은 길 위에 선 여행자들에게 제법 좋은 동무가 되어주고 있다. 나를 이끄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되돌아보면 몸을 낮추어 등 뒤를 뒤따르는 모습이다. 서두르지 않는, 적당한 온도와 지나치지 않는 표현이 매력적이다. 라틴어라는 다소 생소한 언어에도 불구하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도 모자라 내 삶에 충실하고 싶은 의지를 불태우게 만든다. 얼마 전 '공부하는 노동자'라는 표현을 발견하고는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저자는 근로자는 회사를 그만두면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을 받을 수 있지만, '공부'가 일인 사람은 중도에 그만두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그 문장 속으로 꾸역꾸역 나를 밀어 넣어보았다. 나는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을 받는 사람일까. 아니면 저자처럼 공부가 일인 사람일까. 아무래도 나는 후자에 가까운 것 같았다. 나는 읽고, 쓰기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나를 공부하고, 세상을 공부하는 일에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정말 중간에 그만두면 퇴직금은커녕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 까닭에 저자의 표현처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도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믿으면서, 나와 상관없는 세상의 이야기나 평가에 '생 까'면서, 멈춤 없이 이어나가야 한다.
저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가 수시로 자신을 괴롭힐 거라는 얘기를 하면서, 그럴 때 흔들림 없이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생 까"라는 말을 했다. 현상을 제대로 보고, 지혜를 발휘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생 까"라는 것이다. 지친 학생들이 웃음을 되찾고 자신감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조언이었는데, 길 위의 여행자 역시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지었다. 야무지고, 고급진 조언을 찾았다. 앞으로 나를 괴롭히는 일,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일이 나를 찾아오면 마음속으로 크게 외쳐볼 생각이다.
"생 까!"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