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를 하며, 시작을 마중나가며

by 윤슬작가

청소하기를 좋아한다고 표현하면 이상할 것 같다. 청소하는 것을 좋아한다기보다 청소를 하면서의 두 팔과 다리, 근육의 움직임을 좋아하고 온종일 머릿속에서 떠들어대는 소리를 순식간에 밀어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순간을 좋아한다고 해도 시간이 날 때마다 청소한다기보다는 한꺼번에 해치우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대청소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바닥 청소를 시작으로 테이블, 선반 닦기까지 나름 레벨을 분류하여 접근한다. 어제는 사무실을 청소했다. 바닥을 물걸레로 청소했고, 테이블과 선반까지 닦아냈다. 책의 위치를 조금 바꾸고 마른 가지를 잘라내면서 화분도 정리했다. 실로 오랜만에 청소 다운, 대청소를 했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된다. 에세이 작가팀이 움직이고, 공저 쓰기 팀도 시작된다. 중등부, 고등부 독서수업도 토요일부터 일주일에 한 권씩 함께 책을 읽어나갈 예정이다. 작년과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작년에 진행했던 것 중에서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고, 약간 업그레이드되어 진행하는 게 있을 뿐이다. 3월이나 4월에 출간될 책 초고 작업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차분하게 맞이하는 마음 한편에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려움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정체가 불분명한 것들에게 시간 투자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고개를 흔들어본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람, 독서와 글쓰기 선생님, 작가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일상에 감사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더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조바심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다. 뭐라도 하나 더 해야 할 것 같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불쑥 찾아들 때가 있다. 그런 마음에서일까, 익숙한 것만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 같아 얼마 전 메타버스와 친숙해지겠다고 제페토에 들어갔다가 허둥지둥 빠져나온 기억이 있다. 문어발 경영도 무조건 덤빈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아, '아이쿠!'라고 물러 나왔다. 이번 일처럼 호랑이처럼 덤벼들었다가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나오는 일이 더러 생겨난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는 동안 원하는 것을 향한 열정만큼이나 조심성도 함께 늘어나는 것 같다. 약간의 익숙함과 적당한 흥분이 뒤섞인 상태가 열정을 발휘하기 가장 좋은 순간인데 그 지점을 찾는 게 만만하지 않다. 새벽에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을 때였다. 스타워즈 영화의 대사를 소개하는 부분이었는데,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그 문장이 머리에서 않았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 된다고 했던가.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정체성을 확보하는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시나리오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새로운 시작에 앞서 내가 걱정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 실패라고 여기지는 것에는 어떤 이름이 필요할까 잠시 고민해 보지만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두 발을 내려다본다. 지난밤 건강하게 잘 자고 일어난 덕분에 두 발의 힘이 생기 가득하다. 하늘을 향해 머리를 내미는 내게 땅에 사는 것들이 말을 건넨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해 너무 서두르는 것 같지 않아?"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끔 "생 까"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