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된 거지?"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왜 원하는 대로 안 되는 거지?"
오랫동안 수시로, 자연스럽게 내뱉었던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처음으로 이상한 의문이 생겨났다. '이렇게 되어야 한다'라는 명제를 나는 무엇을 근거로 완성했던가? 일이 이렇게 되면 안 되는 마땅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상일까, 실체일까?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어떤 식으로든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마음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상황은 금방 바뀌지 않았고, 불분명한 것이 순식간에 명확해지는 순간도 나타나지 않았다. 끝도 없다는 느낌을 이어나갈 때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그 어디에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져야 한다'라는 명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사실. 다시 말해 원하는 대로 이뤄진 것이 감사한 일이지, 원하지 대로 되지 않은 것을 두고 불평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결말이 그리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마음을 다해 시도하는 일, 혹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 또는 아이들과 시험 삼아 해보는 일까지 예전이라면 '이러해야 한다'라는 결말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결말이 아니라 과정에 충실한다는 진부한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결과적으로 내 손에 쥐어지는 무엇이 아니라, 과정을 이어나가는 동안 내가 느끼고 배우고, 얻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하는 것을 향해 노력하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거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 그러니까 아직 와닿지도 않은 미래의 어느 지점에 대한 언급은 우리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마음이 한몫을 했을 것 같다.
뜻하는 대로 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 속상할 때가 더러 있다. 예상과는 다른 반응, 생각지도 못한 피드백에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생겨난다.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툭 터져 나오게 된다.
"참, 쉽지 않네. 어려워. 어려워!"
하지만 그 말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나는 얼른 태평스러운 표정으로 몇 마디를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쉽지 않은 게 당연하지 않아? 홍정욱 에세이 띠지에 적혀있던 말 기억나지 않아? 쉬웠다면 나에게까지 기회가 왔겠는가? 기억나지?"
"참, 그랬지..."
애매한 말이지만 그렇게 위로받고 나면 희한하게 마음이 덜 속상해졌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