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번 프로젝트는...

by 윤슬작가


작년부터 여러 곳에서 일이 들어오고 있다. 이때 일이라고 하는 것은 수업을 포함한 출판, 인쇄 관련 업무이다. 글 쓰는 일에만 관심을 가지던 사람이라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에 등록하여 출판 업무를 익히고, 인쇄에 관해 배웠다. 그것이 2017년이니까 벌써 5년이 되어간다. 배움을 통해 용기를 얻으면서 출판사를 등록했고, 출판업을 시작했다. 출판업이라고 했을 때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끔은 너무 과장되어 보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출판사는 책을 기획하고, 작가 섭외, 원고 완성, 편집/디자인, 인쇄/제본 과정으로 이뤄지는데, 내가 직접 관여하는 쪽은 기획과 섭외, 원고 완성이다. 그 이후의 편집/디자인과 인쇄/제본 과정은 나보다 경력이 많은 분과 함께 협력하여 해나가고 있다.


완벽하다고 생각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조금씩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다는 생각했던 것일까.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시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때문일까. 노력하면서 익힌 시간들이 뒷심을 발휘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일까. 새로운 작업을 하는 동안 마음이 복잡하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은 물론, 의도를 살리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방황하기 일쑤였다. 그런 내게 지인은 말했다.

"모든 일을 너무 열심히 달려드는 것도 병이에요. 가볍게 할 수 있는 일은 가볍게 하고, 깊이가 필요한 일은 깊이 있게 접근하고 일을 조금 나누세요"


지인의 말에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보다 나 자신이 긍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담처럼 내가 말했다.

"제가 좀 융통성이 부족하죠?"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나는 조금 융통성이 부족한 편이다. 보수적인 부분도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 관한 부분이나 일에 관한 것에 대해서는 기준, 원칙 같은 것을 적용하고 따르려는 편이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어디까지나 나에 관한 부분일 뿐,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최대한 관대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테니까, 그런 상황에서 단편적인 상황을 전체로 이해해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터라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말 아닌 거 알잖아요? 다른 사람들한테 해주는 것처럼 자기 자신한테도 좀 그렇게 하라고요!"

"넵^^"

습관이라는 게, 생각이라는 게 참 고집이 센 것 같다.

매번 듣는 얘기인데 들을 때마다 새롭게 듣는 얘기 같으니.


내가 알아낸 정보를 종합하면 고집이라는 것이 있어 나름의 소신을 갖고 일을 하는 성격이다.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인데다가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있고, 내게 일을 맡겨 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마음도 누구 못지않다. 거기에 쉽게 일을 하면 뭔가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에 시달리는 병도 있는 것 같다. 물론 병명은 모르겠지만. 그러다 보니 하늘이 샛노랗게 보이는 지점이 되어서야 '아차'할 때가 많다. 요즘에 일어난 일련의 상황이 딱 그러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글자가 내려온다는 느낌이었다. 도로를 가로질러 걸어오는데 책의 가장자리를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그즈음이었다. 모호한 생각이 천천히 가슴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안되겠다. 이번 프로젝트는 함께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려야겠구나'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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