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작가 Jan 21. 2022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점에서 호흡을 같이 해오고 있다. 수용해야 할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무심하게 지나쳐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호의를 배우기도 한다. 생각지도 못한 날이 생겨나기도 한다.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자각조차 못 했던 것이 선명한 이미지로 두둥실 떠오르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모호함에서 분명함으로, 추상적인 것에서 구체적인 것으로 몸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매력적인 기억을 제법 가지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동안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데,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데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음은 확실하다.

얼마 전, <라틴어 수업>을 읽었다. 언어가 생각의 집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라틴어를 두고 죽은 언어라고 얘기하지만 내가 만난 라틴어는 올바른 방향을 유지한 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섬세하고 부드러웠으며 온유하고 친절했다. 물론 체계적으로 라틴어를 배우지 않은 까닭에 방대한 라틴어를 두고 어린아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말하는 라틴어는 <라틴어 수업>을 통해 만난 '라틴어'라고 선을 분명하게 해둘 필요가 있겠다.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지금 많이 공부해서 결과가 안 나타나도, 언젠가는 나타난다.

모든 동물은 성교 후에 우울하다

신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필요로 한다.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우리가 아는 만큼, 그만큼 본다

사실은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 한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라틴어 수업>에는 좋은 문장이 정말 많았다. 마음속으로 외우던 문장을 다시 만난 기쁨은 소식이 끊겼던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을 갖게 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준 문장은 서둘러 노트에 옮겼다. 품위가 느껴지는 특강을 받은 느낌이었다. <라틴어 수업>을 덮으며, 다음에는 무엇을 읽을까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수업이나 강연을 위해 읽어야 할 책이 벽처럼 쌓여있지만, 그래서 가끔은 꿈속에서 벽을 더듬는 모습을 연출해 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읽어나갈 계획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안전하고 다정한 방식으로 나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

이전 18화 조금 다른 생각, 관점, 감각을 요구하는 6도의 멸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