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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May 07. 2021

조금 다른 생각, 관점, 감각을 요구하는 6도의 멸종

<6도의 멸종>을 세, 네 번 정도  읽은 것 같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함께 읽다 보니, 반복적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지구의 온도가 1도, 2도, 3도 나아가 6도가 될 때까지의 기후 변화와 이상 현상에 대해 전달하고 있다. 보다 사실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각종 증거자료와 연구 결과, 논문을 풍부하게 담아놓았다. 마치 <침묵의 봄>처럼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그런 까닭에 반복적인 표현이나 설명으로  지루함을 안겨주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환경, 지구, 기후변화 등 평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 깊게, 자주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지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구의 온도는 빠른 속도로 열을 올리고 있고, 아직까지는 그 열로 인해 직접적인 공격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그렇게까지 위협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상 기후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고, 미세한 신호를 알아차린 사람들이 예민한 감각을 발동시켜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처럼 환경이나 기후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으로 한걸음 물러서 있던 관조자에서 궁금증과 함께 몸을 조금 더 앞으로 내밀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준 것 같다.


환경, 지구를 위해 무언가를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버리는 것으로 내 몫을 다했다고 생각했고, 자동차를 조금 덜 타고 다니는 것으로 지구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고 여겼던 것 같다. 얼마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텀블러는 손에 들고 나오는 것을 깜빡해  일회용품을 쓰는 경우가 아직 빈번하다. 가능하면 물티슈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물티슈를 가져와 쓱쓱 닦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6도의 멸종>이나 <침묵의 봄>과 같은 책을 읽으면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느슨해진 마음을 다시 촘촘하게 매만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지금까지 안 했는데, 지금 와서 소용 있겠어?'가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작게라도  노력해야지'라는 마음을 응원하면서  말이다.


그런 일이 있었다. 책 제작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해서 다시 책을 제작할 상황이 벌어졌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고, 해결 방법이 없었는데,  그때 담당하시는 분께서 '다시 인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했다는 말씀에  망설임도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나무한테 너무 미안하죠"

대단한 환경운동가나 실천가는 아니지만, 가능한  '무책임한 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나온 책을 폐기처분하고 다시 제작에 들어간다는 것은 정말 나무에게 못할 짓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만들어 누군가의 삶에 기여하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나무를 자르는 일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책의 가치를 알고 있지만, 책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까닭에 조심스럽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많은 책, 빨리 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더딘 책, 정성을 가득 담은 책, 각자의 인생을 담은 책, 그런 책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책을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나무의 생명과 맞바꾼 일인 만큼 단 한 명의 삶, 누군가에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6도의 멸종>을 읽다 보니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다.


'작가가 자신의 삶을 전부 걸 수 있는 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지'

'단 한 명의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어야지'

'나무에게 미안한 책은 만들지 말아야지'


<6도의 멸종>을 독서모임에서 진행한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학생, 고등학생 친구들에게 지구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를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했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영상을 공유했다. 성인반의 경우에는 내용 정리보다는 기후변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동일한 주제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게 해주는 영상을 몇 가지 찾아 나누었다. 독서모임을 이끈다고 해서 전문가는 아니다.  나 역시 함께 배우는 입장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 책도 그 연장선이었다. 관심을 키우고, 정보를 공유하고, 각자 개인적인 의견을 가지게 되는 것이 <6도의 멸종>을 잘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모임을 위해 찾아보았던 유튜브 영상 몇 편을  공유하려고 한다. 조금 다른 관점, 생각, 감각을 키우는 일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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