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피디, 정혜윤 작가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었다. 아픔을 그려내는, 불안을 드러내는 관점과 전개 방식이 독특하면서 신선했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정리,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모았는지, 연결고리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는지 책 곳곳에서 느껴졌다. 어떤 페이지도 허투루 읽을 수 없었고, 어떤 문장도 가볍지 않았다. '디스토피아 시대의 열 가지 사랑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올 사랑>은 사랑을 주제로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배경은 호의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디스토피아, 그것도 과거 어느 소수 민족의 얘기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소재이며, 주제였다.
'계속 살아라'라는 말은 '매 순간 있는 힘껏 사랑하는'라는 말과 같다
- <앞으로 올 사랑> 서문
<앞으로 올 사랑>은 첫째 날부터 열째 날까지, '미래인지 감수성'을 시작으로 '오늘의 가장 좋은 시도와 내일의 가장 좋은 시도 사이에서'까지 10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첫째 날에는 '슬픔을 알아차려야 한다'라는 메시지가 '미래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와 함께 울림을 남겼다. 우리에게 생겨난 바이러스, 우리가 만들어낸 바이러스로 매번 특정 동물이 죽임을 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뼈아픈 자각을 요구했다. 둘째 날에는 조금 더 디테일한 자각을 필요로 했다. 항상 그렇게 당하는 쪽은 동물이거나 밖으로 내몰린 부류였다. 즉 '나의 죽음'이 아닌 '너의 죽음'이었다는 것이다. 셋째 날에는 레이첼 카슨의 이야기가 나온다. <침묵의 봄>을 통해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녀였지만, 여기에는 그녀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더 자세하게 그려졌다. 평생의 친구 도로시와의 일화, 그들의 우정까지.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레이첼 카슨은 '자신'을 통해 '어떤 일을 일어나게 만들었다'라는 사실이다. '나가 아닌 누군가가 되는 일을 시도하거나 동참하라는 것'이 작가의 숨은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넷째 날에는 주체성을 상실한 어떤 남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순응하는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고, 다섯 째 날에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디스토피아 소설 <미친 아담 3부작> 을 소개하며 책은 '말'을 해야 하고 우리는 그 '말'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고 했다. 서문에 밝힌, 책을 통해 '읽어내고', '알아차리게'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가장 잘 설명한 챕터였다. 여섯 째 날에는 사스, 조류독감이 어떻게,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현상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예쁜 모습을 보려는 '거울'을 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곱 번째 날에는 모든 것은 맥락적으로 이해해야 하며, 우리에게 일어나 일련의 사건에 대해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요구했다. 그러고는 마치 작가가 박쥐가 된 것처럼, 박쥐의 마음을 항변했다.
"나는 죽는다. 그러나 돼지와 사향고양이와 천산갑과 밍크와 그리고 다른 동물 누구도 더는 건드리지 말라!" -P.222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여덟 번째 날, 자신만의 피난처를 만들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아홉 번째 날, 마지막으로 씨앗(종자)를 사랑한 바빌로프의 삶과 사명을 전하며 단 하나에 빠져 인생의 아름다움을 완성한 메시지를 전한 열 번째 날을 끝으로, 디스토피아 시대의 사랑 이야기는 모두 끝이 난다.
"내가 사랑해온 세계의 깊은 상처를 본다" -P.283
저 한 문장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어떤 길 위에 서 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작가는 당부한다. 지금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삶의 방향성"을 바꾸는 것뿐이라고. 방향성을 바꾸기 위해 계속 시도하고 또 시도해야 한다고. '잘자요는 오늘의 가장 좋은 시도와 내일의 가장 좋은 시도 사이에서 잠드는 거예요'라는 마지막 문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책 서문의 첫 문장이 오버랩되면서 계속 그녀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힘껏 살아봐요. 힘껏. 사랑해 봐요. 힘껏. 힘껏 시도해 봐요. 힘껏"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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