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스터 프린, 그녀는 37.6도였다

by 윤슬작가

누구보다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낸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다.

그녀의 이름은 헤스터 프린.


가슴에 '주홍 글씨 A(Adultery)'를 수놓은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청교도 사회에서 간음을 한 헤스터 프린은 처형대에서 갓난아기인 펄과 함께 3시간 동안 서 있는 벌을 받게 된다. 누가 아기의 아버지인지 밝히라는 요구에 끝내 아버지를 밝히지 않은 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한 채, 펄을 키운다. 그녀는 한 인간이 참아낼 수 있는, 한 여인이 감당할 수 있는 모든 시간과 감정을 견뎌낸다. 그녀에게 대단한 모성애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녀의 시대, 그녀의 선택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만약 헤스터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냈다면 주말 저녁 단막극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생을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매달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간음죄의 증거인, 주홍글씨 A를 아름답게 수놓은 것을 시작으로 유능한 바느질 솜씨를 발휘하여 생계를 꾸려나갔고, 세상이 그녀에게 준 이름표 A(adultery)를 A(able)로 수정한다. 그녀의 선택과 용기를 지켜보는 동안 '극복'이라는 단어가 자주 떠올랐다. 극복에서 멈추지 않고 가난한 사람과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는 A(angle)로 나아갔으니, 실로 매력적이며 존경할 만한 인물이었다.


기억에서 가물 해진 주홍 글씨를 다시 읽는 동안 여러 생각에 빠졌다. 사건이나 감정의 변화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서사적인 측면에서 그녀의 선택, 행동, 태도에 수시로 멈췄고, 한참 동안 떠나지 못했다. 그녀는 굳센 여인이었고, 누구보다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우중충한 회색빛의 시대를 거스르지는 않았으나 주홍글씨 A에 수를 놓는 용기 있는 여인이었으며, 동시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소신과 의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생을 사랑한 그녀는 사랑을 선택했으며 삶에 누구보다 헌신적이었다. 또한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않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왜 나에게?'라며 인생에게 묻기보다 '내 생각에는...'이라며 적극적으로 대답하려고 했던 헤스터 프린. 그녀에게서 내가 찾은 단어는 '진지함'이었다. 헤스터 프린은 누구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했다.


나는 헤스터 프린을 신비롭게 이해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자신의 죄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애쓴 그녀의 독백에 깊은 관심을 표현해 주고 싶고, 사랑과 인생을 향한 그녀의 노고를 치하해 주고 싶다. 시대적인 어려움이나 그녀의 선택과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정당성을 밝히려고 애쓰기보다 주어진 시간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살아낸 노력을 높게 평가해 주고 싶다. 물론 그녀에게 약간의 유머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도 생겨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 해내긴 어려워!'라는 감탄사로 마무리하고 싶다. 진지하게 살지 않아도 될 수천 가지 이유를 물리치고, 진지하게 살아가야 하는 방법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낸 헤스터 프린. 그녀의 생(生)은 37.6도였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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