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길든, 짧은 일상에 바람을 불어넣어 준다. 일요일 가벼운 옷차림으로 군위 화산마을에 올랐다.
대구에서는 출발해 화산마을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하늘을 닮은 동네, 하늘과 마주한 동네에서 겨울을 제대로 만나고 왔다. 일부러라도 이렇게 움직여야 돼,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나는 일상적인 규칙을 몇 가지 정해놓고, 최선을 다한다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성과와 주변의 평가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한다'라는 마음인데, 여행을 바라보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길이와 상관없이, 목적지와 상관없이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이자 수단이다. 나에게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도 있고,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도 존재한다.
군위 화산 마을 국도에서 내려 하늘까지 한참 올라왔다. 대략 5, 6km 정도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왔다. 도로 공사 중인데도, 드문드문 오르고 내리는 차들이 있어 제법 사람들이 찾는 곳이구나 싶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보며, '삶은 본래 구불구불한 것이지'라는 말을 떠올렸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은 그런 것 같다. 여행이 삶을 논하지는 않지만,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마주할 기회를 더러 만들어주는 것 같다. 풍경이든, 사람이든, 상황이든.
멀리 보이는 빨간 풍차, 실은 풍차 전망대를 먼저 다녀왔다. 네이버로 검색했을 때 풍차 이미지를 봤던 것이 이유였겠지만, 실은 본능적이었다. 하늘을 떠올리는 것보다 풍차를 떠올리는 것이 훨씬 더 쉬웠다.
바람이 제법 쌀쌀했다. 점퍼를 끌어올리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예상보다 훨씬 차가운 바람은 갑자기 머릿속에 정전을 일으켰고, 뭔가 계산하려는 마음을 저만치 물러나게 만들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하늘은 내게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 봐. 어디에서 바라보느냐가 중요해. 이 순간의 느낌에 집중해 봐."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