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친절이 결코 사소하게 느껴지지 않은 어떤 오후

by 윤슬작가


친절하다는 것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반짝거릴 때가 더러 있다. 불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라고 종교를 구분하기보다 한데 어우러지기를 바란 달라이라마는 자신의 종교를 친절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만난 날, 나는 아주 중요한 태도 하나를 습득하게 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현실적으로 표현할 단어를 갖게 되었다.


은행에 볼일이 있어 잠시 들렸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했는데, 몇 층을 가는지 누르고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문이 닫히려는 순간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요'라는 말과 함께. 서둘러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눌렀다.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나 역시 '잠시만요'를 외치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던 사람이고, 함께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사소한 일이고, 쉬운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녀의 말에 옅은 미소로 지어 보이며 함께 은행에 도착했다. '아니에요'라는 말로 별일 아니라는 마음을 대신 전달했다. 입구에서 방문 등록을 하고 열을 체크한 다음 번호표를 뽑으러 들어갔다. 은행에는 사람이 많았다. 오늘은 오래 있어야겠구나 싶었다. 그녀가 내 앞에서 번호를 뽑았다. 그러고는 다시 번호를 하나 더 뽑더니, 앞서 뽑은 번호를 내게 건네면서 말했다.


"여기. 먼저 하세요"

"아?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다시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참을 기다리는 동안 혼자 여러 생각에 빠졌다. 어쩌면 잘 보이지 않지만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드러내놓고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 것 같다. 그 일이 나의 일인 것처럼 여겨지는 순간, 사람은 행동하게 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냥 하게 된다. 그게 보편적인 마음인 것 같다. 물론 이렇게 해주면 좋아하겠지라는 개념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을 나는 많이 보았다. 나는 그것을 친절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람에 대한 친절, 삶에 대한 친절이라고 아닐까 싶다.


친절함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 친절로 인해, 보이지 않게 누군가의 삶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에 휩싸여 잠시 흔들릴 때 세차게 머리를 흔드는 일에 사소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사소한 일이 별일이 되어 순간에 기여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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