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모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사람이었다. 예전에 함께 근무할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정리를 참 잘했다. 나이도 한참 어린 친구가 얼마나 야무지고 깔끔한지. 토요일 근무를 마치면서 모두 사무실 청소를 했는데 그녀는 서류 정리, 탕비실 청소, 마지막으로 자기 책상 정리까지 그녀의 손만 닿으면 반짝반짝 윤이 났다. 울산에 내려갔을 때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함께 보낸 시간 때문일 것이다. 한참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정리를 잘하는 것과 마무리를 잘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요?”
한참 고민하는 모습이더니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요즘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겼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이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커리어에 도움되는 기회가 생겨 몇 달 전 다른 부서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본래 하는 일의 연장이라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함께 한 사람들과도 제법 잘 어울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이르고, 마지막 보고서를 넘긴 후 단톡방을 나왔는데 아무래도 거기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어떤 오해를 일으켰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고, 그녀는 대답했다.
“프로젝트도 끝나가고, 제 일도 끝난 것 같아 단톡방을 나왔는데, 며칠 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부서의 친구가 저를 찾아왔어요. 말도 없이 단톡방을 나간 이유를 물어보면서, 혹시 우리 부서에서 실수한 게 있냐고 묻더군요. 그런 게 아니라고 했더니 인사 정도는 하고 가지 그랬냐고 말하더군요”
“인사를 하지 않고 나왔나요?”
“따로 인사를 하지는 않았어요.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가는 중이라 농담처럼 ‘이제 얼굴 못 보겠네요’라는 말을 자주 했었거든요...”
“아...”
“그래서... 제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인사를 하고 나왔어야 했나요?”
“제가 마무리를 잘하지 못한 걸까요?”
어떤 대답을 들려줬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어떤 대답이든 듣고 싶은 분위기였고, 그날 내가 전달한 메시지는 ‘그래도 인사 정도는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였다. “정리를 잘하는 것과 마무리를 잘하는 것은 조금 다른 것 같던데요...”라는 말과 함께.
“정리를 잘하는 것과 마무리를 잘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정리를 잘하는 것과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물어오면 금방 생각나는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정리를 잘하는 것과 마무리를 잘하는 것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까닭에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 약간의 차이가 치명적이거나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나는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을 몇 명 알고 있다. 그들을 두고 주변에서 정리를 잘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 스스로 정리를 잘하지 못한다는 걱정했을 뿐.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떤 기준같은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정리라는 단어를 쓸 때는 집안을 청소하거나 아이들의 책을 치우지 않은 것, 자신의 지저분한 차에 대해 부끄러워할 때였다. 그러니까 개인적인, 사적인 영역을 언급할 때 활용했다.
반면 마무리는 사회적인 용어 같았다. 흐름이나 맥락을 지니고 있었고, 하나의 세계를 닫는 문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어 봉사활동을 잘 마무리했어, 또는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던 사건을 잘 마무리했다는 표현처럼 누군가가 있었고, 어떤 상황이 있었다. 마음이 내린 결정을 따른다기보다 상황을 주시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그날 그녀와 헤어진 후, 운전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혼자 계속 되뇌었던 기억이 난다. '이왕이면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