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이 있다. 기분 나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것에 관해 언급하면서 나쁜 감정이 자신을 망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인생을 망치게 된다고 소개한다. 즉 나쁜 감정이 기분에서 끝나지 않고 태도가 되어, 결과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강조한다. 나쁜 감정으로 인해 전혀 다른 사람, 뜻밖의 모습을 보이는 낯선 사람이 되지 않도록 감정을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는 비단 나쁜 감정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쁜 감정이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면 좋은 감정 또는 기쁜 감정은 반대의 결과를 연출할 수 있다. 그러니까 과하게 낙관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 판단을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분 좋을 때는 약속을 하지 마. 기분이 up 되어 있어서 과한 약속을 하기 쉽거든. 그래서 누나가 난감한 일 많이 당했잖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소식을 꼼꼼하게 읽어가던 남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제 헹구기만 되겠네'라며 설거지를 서두르든 손길이 멈췄다. 자기 방에서 나오던 둘째는 누나의 얘기에 수긍한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전수전을 겪은 영웅의 입에서나 나올만한 얘기가 첫째에게서 들려오는 순간 우리는 모두 일시 멈춤이 되었다. 잠깐의 정적, 그러고는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play 되었다. 둘째는 누나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계속되는 누나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고, 남편은 신문을, 나는 설거지를 마무리하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참 그전에 첫째를 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와우~ 멋진데"라는 말과 함께.
그런 기억이 있다. 기분 좋게 허락한 일을 두고 그날 밤 내내 후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이런저런 약속을 해놓고 괜한 약속을 했다고 후회하는 모습도 여러 번 보았다. 기분이 좋아서 그렇게 한다고 말하기는 했는데,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에, 아니 그러고 싶다는 마음에 이끌려 덜컥 약속했던 모양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몇 번 주고받은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기분이 너무 up 되었던 것 같다고. 그 이후로 특별한 얘기가 없어 그러려니 하고 잊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난감한 일을 얼마나 당했던 걸까, 어떤 어려움을 겪은 걸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애써 묻지 않았다. 이미 지나온 일이었고, 스스로 정리가 끝난 상태에서 더 이상의 얘기는 불필요해 보였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언제 이렇게 자랐지?'
나도 그랬다. 첫째처럼 기분 따라 말하고, 약속했다. 그러고는 괜한 짓을 했다면 잦은 후회를 했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조금 줄어든 모습이다.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고,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지내고 있다. 작은 찬사든, 큰 비평이든, 그로 인한 기쁜 감정이든 불편한 상황이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어떤 감정이 올라오면 일부러 외면하기도 하고, 어떤 감정에 대해서는 한쪽 면만 지나치게 강조한 것 같다고 괜히 시비를 걸기도 했다. '나'이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경계했다. 감정에 대해 긴장한다는 표현이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적당한 긴장감은 필요해 보인다. 감정은 옳고 그름이 없다. 감정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감정을 존중하는 것과 그것을 따르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배우고 익힐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감정을 다루는 것에 대해. 그 차이에 대해. 나아가 감정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까지.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