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단연 토요일이 으뜸이다. 토요일은 중학생, 고등학생 독서수업이 있는 날이다. 한 번씩 외부에서 토요일 특강 요청이 들어오는데, 미안하게도 그때마다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내고 있다. 나에게는 토요일이 중요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을 갖게 하는 일이며, 영역을 넘나들며 많은 책을 읽게 만드는 원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격주로 지정도서, 자유도서로 진행되는데 지난주에는 모두 지정도서였다. 4권의 책, 4권의 요약이 필요한 날이었다.
수업은 10시 고등부를 시작으로 중학생까지 마치고 나면 오후 5시가 된다. 총 4개 반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마다 조금씩 다르게 진행하고 있다. 우선 고등부는 현재 서평, 리뷰쓰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테크닉 또는 기술적인 부분인데, 고등부는 몇 년을 함께 한 아이들이다. 그러니까 책을 읽어오는 것이나 글쓰기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익숙하다. 거기에 내년에는 고3이라서 길게 해도 1년, 짧게 하면 2학년 상반기까지 진행할 계획이라 독서감상문 또는 요약을 넘어 서평 쓰기와 리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감상문은 줄거리나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표현하면 된다. 하지만 서평 혹은 리뷰라고 하는 것은 책의 줄거리를 전부 알려준다거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소개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의도, 메시지를 파악하여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글을 읽고 '아, 책이 읽고 싶어'가 되도록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들어가야 할 요소가 있고, 배치가 중요하다. 올해 들어오면서 이렇게, 저렇게 조건을 붙였더니 아무래도 예전보다 첫 문장을 시작하는데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중학생들은 조금 다르다. 1,2학년은 다양한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하여 생각을 확장시키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판타지를 읽어야 할 때도 있고, 환경, 과학 예술 관련된 책을 읽어야 할 때도 있다. '선생님이 재밌다고 하는 건 다 의심해 봐야 돼요'라는 말을 수시로 듣고 있지만, 감사하게도 꿋꿋하게 지정도서로 내미는 책을 읽어와준다. 물론 못 읽어오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어떤 부분을 생각해 보면 좋을지를 알려준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어, 이 책 약간 어려운데'라는 느낌의 두께를 가진 책, 고전이라 불리는 책, 강제적으로 부여하지 않으면 절대 읽지 않을 책을 만날 기회를 자주 가진다. 넓게 시작해서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는 쪽으로 간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고는 마지막은 항상 글쓰기로 끝내는데, 올해 들어오면서 글쓰기 노트를 새롭게 정비를 했더니 아이들이 한목소리를 낸다.
"선생님, 글 쓸게 훨씬 더 많아졌잖아요!"
"그래도 눈에 잘 들어오고 좋지 않아?"
"그럴 리가요. 예전에는 종이도 작더니, 이번에는 종이도 커지고... "
"^^"
나는 학교에서 독서 동아리가 운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일주일에 한 권은 무리일 것 같고, 한 달에 한 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 다음, 독서감상문을 쓰고, 기회가 되면 그것으로 문집을 만들어낸다면 그보다 값진 것이 없을 것 같다. 글쓰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질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교류하며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에 글쓰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문제는 글쓰기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의 생각,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연습이 많이 되어 있을수록 쉽게 느껴지고, 조금 더 정확한 접근이 가능하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한데 적어도 중학교에서는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하는 아이들만 봐도 그렇다. 시간은 진지했고, 노력은 정직했다. 정말이지 가능한 많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쓰는 글을 쓰는 일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