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사람이 아니라서 예쁜 사람을 보면 부러워했다. 날씬한 사람이 아니라서 날씬한 사람이 되겠다고 며칠 굶어보기도 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 잘하는 사람을 질투하기도 했고, 어떤 성공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도 했다. 나는 항상 부족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조금만 방심하면 부정적인 사람,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되었다. 안 그래야지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말투가 꼬이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다.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나를 버릴 필요가 있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을 살펴 지녀야 할 것이 있다면 지니고, 필요 없는 것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정리해야 했다. 감정과 생각을 분리하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일을 제법 오랫동안 지속해온 것 같다. 좋은 모습이 발견되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고, 그렇지 않은 모습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만들 수는 없는지 방법을 찾아야 했다. 키울 수 있는 것은 키우고, 줄일 수 있는 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느낌이 많지만, 그럭저럭 나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 여러 요인이 힘을 발휘했지만. 무엇보다 '크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예전에는 어떤 강박 같은 게 있었다. '나는 작은 세계에 있다'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나 할까. 크기가 작지 않은 세계이기 때문에 내가 해 볼 수 있는 것이 있고,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니까 큰 세상을 머릿속에 그린 다음, 나를 그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점이라고 생각하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은 넓다'라는 인식을 통해 겸손을 배우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금세 우쭐해지기 쉬운 마음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겨났다. 좋은 의도였지만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 큰 세상은 큰 세상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작은 세계에서조차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이 날아든 것이다. 세상이 크고, 할 일은 넘쳐난다는 말이 오히려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든 셈이다.
그러면서 깨닫게 되었다.
'크기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는구나.'
크기가 아니라 관점이 중요했고,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였다. 어떤 세계에 있고, 어떤 자리에 있느냐보다 어디를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생각으로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감옥 안에서도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고, 바닥의 웅덩이를 보는 사람이 있다. 애초에 출발점이 다르면 방향도 다르고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연구 과제는 달라져야 했다. 세계에 대한 인식, 크기가 아니라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중심에 두고 있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했다. 내 안에서 질서를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했던 것 같다.
'희한하게도 뭔가 조금 알 것 같은 지점, 꼭 그런 지점에서 다시 질문이 생긴단 말이야...'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