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독서의 심화편

by 윤슬작가

"저도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 몰랐어요"

"그치? 선생님도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은 몰랐어"

"00가 그만두면 같이 그만둘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왔어요"

"그치? 선생님도 중학교 3학년까지만 하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네!"

"책 읽고 글쓰기 더 하고 싶은데 4월부터는 학교에 나오라고 해서..."

"그렇잖아도... 선생님도 너희들 공부할 양이 많아져서 어떻게 하나... 생각하던 중이었어"



고등부 2학년 친구와 나눈 대화이다. 중학교 1학년 겨울쯤 만나 고등학교 2학년인 올해까지 함께 읽고 쓰기를 진행한 친구이다. 처음 독서수업을 계획했을 때 중학교 3학년까지 진행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고등학생이 되면 책 읽는 시간보다 학교, 학원 공부로 인해 바빠져 책 읽는 것이 너무 부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일 년을 더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 함께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각자 일정이 늘어나고, 해야 할 공부도 많아지고, 자율 학습을 포함해 토요일에도 학교를 나가야 할 상황이 생겼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결정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독서수업"은 이번 분기까지만 진행하는 것으로.


길게는 5년, 짧게는 3년 동안 함께한 친구들이다. 개인적으로 정도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조금씩의 성장'을 눈으로 목격하면서 곁에서 지켜보았다. 그래서인지, 모두 내 아이처럼 느껴진다. 동시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어쩌면'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작년부터 올해까지 조금 어려운, 어쩌면 가까이하지 않을 책을 선택해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 예를 들어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세계사 편력, 정의란 무엇인가.... 얼마 전에 끝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까지. 짧게는 4주 길게는 8주 정도 걸렸다. 문학, 과학, 역사, 철학.... 관심 있는 분야를 넘어 다른 분야로 시선이 확장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욕심을 부렸는데, 감사하게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와 주었다. 생각의 확장, 삶의 확장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믿는 마음으로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친구들의 글쓰기 노트이다. 짧게는 400자, 길게는 800자 이상의 글을 참 오랫동안 써왔다. 글쓰기는 독서의 심화이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글쓰기가 잘 되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를 많이 했다고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독서로 인풋, 글쓰기로 아웃풋이 이뤄졌을 때 좋은 생각, 좋은 의견, 좋은 글이 탄생된다. 그런 생각으로 요약을 중심으로 꾸준히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배경에서 나온 책인지, 책의 주제가 무엇이며, 어떤 부분을 주의 깊게 봐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그런 다음 요약하고, 발제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함께 보낸 시간이 영사기가 돌아가는 것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라고, 생각이 자란 친구들. 더 멋진 모습으로 자라날 것을 확신하며 다시 만날 날을 즐겁게 기다려볼 생각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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