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시작한 쿠팡이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마트에 가는 것을 즐기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은 그야말로 천국이다. 제품보다 과하게 크고, 개별 포장으로 인해 불필요한 택배 박스 사용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필요한 상황에 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혜택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주위에서 광고로 제품 리스트가 완성된다는 말과 광고성 리뷰에 끌려 물건을 구매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지만,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특히 로켓 배송 서비스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여러 번이다. 세제, 화장지 같은 생필품을 미리 체크하지 않아 낭패를 본 적이 있었는데, 덕분에 큰 문제 없이 넘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의 생활에 도움을 받고 있다는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거기에 고마움이 더해졌다.
친정 부모님이 목감기로 고생하고 계신지 알지 못했다. 며칠 전 통화를 했을 때 목소리가 작다는 것 정도로,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으신가 보다 생각하며 넘겼는데, 그 후 전화를 넣었을 때 목이 완전히 잠겨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오미클론 확진자가 많다는 소리에 백신을 맞았어도 걱정이 많이 되었다.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아 감기약을 처방받아왔다고 하시는데, 금방 회복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이럴 때 참 마음이 쓰인다. 가까이에 있으면 한 끼를 챙겨 드리러 가거나 먹을 만한 것을 사서 찾아가 보기라도 할 텐데 왕복 3시간을 운전한다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대구에 있는 딸이 신경 쓸까 봐 걱정하지 말라고,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얘기하셨지만, 전화를 끊고도 내내 신경이 쓰였다.
그러면서 쿠팡을 떠올렸던 것 같다. 전에도 몇 번 쿠팡을 이용한 적이 있다. 비타민, 루테인, 혹은 과일 종류나 간식을 한 번씩 보내드렸는데,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마음을 쿠팡으로 대신했었다. 이번에는 몇 가지를 함께 챙겼다. 간식으로 드실만한 빵, 떡, 과일 그리고 간단하게 끓이기만 하면 되는 국까지. 로켓 배송으로 주문하면 주말 동안 두 분이서 이것저것 챙겨드실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사하게도 로켓배송이 진행되었고 다음날 문 앞에 마음을 대신한 과일과 국이 배달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저녁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딸? 어디야? 오늘 택배 온 거 받았어. 점심에는 그걸로 국수까지 해서 먹었어. 딸, 고마워"
언제부터인가, 엄마에게서 '딸, 고마워'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고마워'라는 말을 들려줘야 한다면 내가 더 많이, 자주 들려줘야 할 것이다. 엄마 곁에 있을 때에 대한 고마움과 결혼을 했을 때,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 항상 고마운 마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속상한 감정이 생겨난 날도 있었고, 답답함을 느낀 날도 있었다. 하지만 삶 전체에서 바라본다면, 또렷한 기억만 건져올린다면 나는 엄마에게 '고마워'라는 말을 더 많이, 자주 들려줘야 했었다. 세월의 흔적을 발견한 것일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고마워'라는 말이 오히려 마음을 더 애잔하게 만들었다.
쿠팡 덕분에 뭔가 하나라도 더 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다. 부자가 되어야 행복하고, 가진 게 많아야 행복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누군가가 있고,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완벽한 상황이 주어져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금방 달려갈 수 없고 가까이에서 생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관심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봐야만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더니, 요즘이 딱 그런 마음이다.
from.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