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즐기기 마련이다

by 윤슬작가

둘째가 태권도를 오래 다녔다. 부드러운 성격에, 활발한 누나와 달리 조심성이 많은 아이라 대근육을 쓰고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태권도장을 찾았다. 여섯 살 겨울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화력은 제법 좋은 편이라 관장님의 배려와 사범님의 친절함 속에서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가 싶더니 이내 즐거운 일이 되어갔다. 그리고 올해가 9년 차에 들어선다.


태권도에 다니는 아이들은 모두 목적이 다를 것이다. 몸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친구를 만나기 위해, 조금 더 큰 아이의 경우에는 진로탐색을 위해 찾는 것 같기도 하다. 둘째의 시작은 즐거움이었고, 띠 색깔이 바뀌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보람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 한 번도 '태권도에 가야지'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어디까지나 자발적이었고,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3,4시간씩 태권도장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때였을 것 같다. 다른 운동도 해 보고, 잠시 쉬어도 된다고 얘기했지만, 둘째는 4 품을 딴 이후에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시간의 힘은 강했다. 품띠, 1품, 2품, 3품에 이어 작년에 4 품을 땄다. 다시 둘째에게 물었다. 쉬어볼 생각이 있는지. 하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쉬기는커녕 태권도학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라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하지 말라고 해서 될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너의 길을 가렴'이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았다. 현실과 꿈, 상황과 조건이 복잡한 함수 문제처럼 얽혀 있어 공식 몇 개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바뀔 수도 있고, 혹은 더욱 분명해질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둘째가 이렇게 오래 태권도를 다닐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언젠가 둘째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마음이 고향 같다고, 태권도에 다녀오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좋아하면 즐기기 마련이니까, 즐기다 보면 잘하고 싶어지는 거니까.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태권도에는 돈만 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곁에서 내가 지켜본 모습은 아니었다. 갑자기 국가대표처럼 보인다거나 근육맨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태권도에 갈 때의 모습이 달랐고, 돌아올 때의 모습이 달랐다. 거기에 무엇보다 오랜 시간 동안 어떤 것을 향해 마음을 쏟고 노력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을 오랫동안 관여한다는 것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게 하는 게 아니라 본래의 자기 자신을 되찾는 일에 기여하는 거라고 믿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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