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 자유로운 것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 : 자유롭지 않은 것
아이의 책장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메모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학교에서 진로탐색시간이었는지, 자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여러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놓은 것 같았다. 자유, 과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뭔가 은밀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어떤 부담감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서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 혹은 친구와 게임을 하는 동안 어떠한 억압도 받지 않는 것을 설명하는 것 같기도 했고, '해야만 한다'라고 여겨지는 것으로부터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고 싶다는 바람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러고 며칠이 흐른 후,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짧은 문자가 도착했다.
"아... 대 한민... 국"
결코 애국심에서 나온 외침이 아니었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원에서 보내온 보강 안내 문자였는데,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터져 나온 짧은 절규였다. '자유로움'을 가슴에 달고 있는 살아가는 아이에게 중간고사라는 핵폭탄이 날아왔고, 전쟁에게 승리해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토요일, 일요일 할 것 없이 영어, 수학 학원에 계속 불려가고 있다. 정말 불려간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전쟁의 포로라도 된 것 같은 억울한 표정으로, 과감하게 거부하지도 못한 채 오가고 있었는데, 시험 날짜가 다가오면서 추가 보강 안내 문자가 들어온 것이다.
"아. 진짜... 대 한민... 국"
"아. 진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같이 '아... 대 한민... 국'을 외쳐주는 것 정도밖에는. 하지만 무슨 말이라도 보태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던 모양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몇 마디 보태주었다.
"엄청 빡세다... 그치?... 불행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학원에서 시험에 맞춰 준비해 주는 거니까, 네가 따로 계획 세우지 않아도 좋고, 숙제가 아니라 시험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다니면 어떨까. 혼자 하면 어디까지,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거지..."
공허한 말이 되었을 거라는 예상은 된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춰야 할 것 같았다. 덕분에 학원에 다니지 않는 과목에 대한 시험 준비에 관해서는 얘기도 하지 못했다. 자습서와 평가집을 사 달라고 해서 책상 위에 두기는 했는데, 별다른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본격적으로 경쟁 사회, 시험 사회에 발을 디딘 아이에게서 짧은 탄식을 들을 날이 점점 더 많아질 것 같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는 것처럼 공부에 대한 즐거움이 생겨난 이후, 시험도 있고 경쟁도 있으면 좋으련만, 갈증이 느껴지지 않는 아이에게 우물을 찾으러 떠나야 한다고 얘기하려니 쉽지 않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