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가로수를 따라 무작정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전화벨이 울렸다.
"언니? 어디예요?"
"나 지금 걷는 중인데..."
공사를 한다는 안내를 미리 전달받지 못했다. 오가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가끔 뭔가 우당탕 소리가 들려와도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장난이 아니었다. ZOOM 수업도 있는 데다가 집중력을 발휘해서 끝마쳐야 할 일이 줄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주에 몇 번 소리가 들려와도 금방 끝나고, 평화로워질 거라고 혼자 상상했던 게 화근이었다. 따로 관리 사무실에 물어보지도 않았고, 옆집을 찾아가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상대방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일부러 조용할 때 시작한 ZOOM 수업이었는데, 공사를 하는 분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조용할 때 일찍 시작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사정을 설명하고 어떻게 수업을 끝내고, 서둘러 몇 가지 일을 이어나갔다.
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크기로 땅을 파고 있는지 땅이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정말 있는 힘껏 벽과 땅을 부수는 모양이었다. 곧 멈출 거라고 믿으며 버텨내기를 두어 시간을 버텨냈을까 결국 옆집을 찾았다.
"저기, 심한 소음이 몇 시까지일까요?"
"심하죠? 해 봐야 알겠는데 2시 정도까지... 미안합니다..."
미안하다는 얘기에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족히 2시간은 남아있는 상황, 배도 고프지 않은 상황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불청객을 다스리며 어떻게든 이어보려고 자판을 두드렸다. 사무실이 아니라 공사현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애써 누르며 있는 열정, 없는 열정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우. 당. 탕. 탕..."
투툭.. 생각이 흩어지면서 하나, 둘 오타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만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가로수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좋았다.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걷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 것이다.
"언니? 어디예요?"
"나 지금 걷는 중인데..."
"점심 먹으러 나왔어요?"
"아니, 배회하는 중이야"
"그럼...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가요"
"그...럴까?"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
“걸으면서 무슨 생각 하세요?”
누군가 다시 내게 질문해 온다면 이제는 조금 다른 대 답을 내놓을 것 같다.
예전보다는 조금 더 성실하고 디테 일한 대답이 나올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걸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어떤 생각을 만나기 위해 걷기도 하고, 어떤 것을 얻기 위해 걷기 도 하고, 또 어떤 것을 버리기 위해 걷기도해요. 뭐라도 하고 싶어 걸을 때도 있고,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아 걷 기도 해요. 생각하고 싶어서 걸을 때도 있고, 생각하기 싫어서 걸을 때도 있어요. 그러니까 무엇을 위해 걷는다 기보다 걸으면서 무엇이라도 하는 것 같아요.”
- 내가 좋아하는 동사들, 걷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