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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배려 사이

by 윤슬작가

흔히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습관처럼 행동할 때도 있거니와 특별히 배려한다고 한 행동이 불쾌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도 더러 경험했다. 그러다 보니,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내가 나서서 말을 하는 게 나을까. 말없이 물러서있는 게 나을까?'

이런 고민 없이 말을 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어 조금 더 신경을 쓰는 편인데, 근래 또 비슷한 일이 생겼다.


별일 아니라는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어떤 의미로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모르던 사람에게까지 소식이 전해지게 되었다. 누군가로부터, 전혀 예상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듣게 된 사람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떠나 불필요한 관심이 불편하다고 마음을 전해왔다. '아뿔싸!'. 물론 나 역시 일이 그렇게 진행될 거라고 상상하지 않았기에 당황스러웠다.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었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에서 나온 행동이었고,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개개인마다 특성이 다르고, 취향이 다를 수 있는데 착각이 일어난 것이다. "내 마음이 네 마음이야!"라고.


'아이코! 이런...'


그날은 덕분에 조금 부산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오해로 발전하지 않도록 진심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고, 한 번 더 생각하지 않고 얘기한 나의 행동에 대해 미안함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던 것 같다.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안다는 것은 말을 잘한다는 것과 비슷할 수 있겠다는. 필요한 말은 하더라도, 굳이 필요하지 않는 말, 불필요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말은 꿀꺽 삼킬 줄 아는, 걱정이든 관심이든 알은척이 불편함을 가져온다면 가슴속으로 밀어 넣을 줄 아는 것, 그런 게 물러서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를 맺고, 인연을 이어나가는 것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태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입속이 근질근질거리고, 전화기를 들었다가 놓기를 반복하더라도 '나서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라는 판단이 서면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물론 어떤 식으로든 제스처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는 권위적이지 않은 태도로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관심이 간섭으로 이해되지 않을 수 있는, 배려가 무관심으로 이해되지 않는, 딱 그만큼의 지혜가 간절한 요즘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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