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은 '친절하고, 다정한'이다.
친절하고 다정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사랑'이라는 조금 추상적인 단어보다 '친절하고 다정한'이 친근감 있게 느껴지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까닭에 계속해서 범위를 확장시켜나가는 중이다. 글을 쓰거나 책을 쓸 때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쓰는 글에서도 그렇고, 다른 사람에게 글쓰기 지도를 할 때 늘 비슷한 얘기를 한다. "친절한 글을 쓰세요"라고.
'친절하다'라는 말은 관계적인 표현인데, 글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중심적인 경우가 많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함축적으로 혹은 축약해서 글을 쓰는 경우가 생겨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멈칫거릴 때가 많다. 금방 읽어지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거나,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하거나 의도가 파악되지 않은 문장을 만나면 머리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그럴 때를 위해 준비한 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친절한 글을 쓰자". 자칫하면 장황하게 길어질 수 있지만, 전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방향에서 '친절'이라는 양념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글을 쓸 때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친절하고'를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며칠 전의 일도 비슷했다. 병원을 찾을 일이 생겼고, 의사 선생님의 간단명료한 검사 결과를 듣고 있었다. '5분 진료'라는 말을 기억해 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설명은 간략했고, 말투에서는 속도가 느껴졌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궁금함만 잔뜩 안고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비슷한 말을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는 듯, 답답한 표정을 짓는 선생님의 말을 가로막았다.
"선생님, 지금 포인트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 제가 궁금한 것은..."
그때였던 것 같다. 제대로 무지(無知) 한 환자가 왔다는 것을 인식한 모습이었다.
"아! 다시 설명해 드릴게요... 지금 상황에 대해 이해하실 게 있는데, 우선 (중략)... 이제 아시겠어요?"
"네~ 이제 이해했어요"
제대로 이해한 것을 보면 혼자 뿌듯해하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병실 문을 나섰다.
조금 더 정확하게 알게 되어 기쁘다는 느낌과 함께 설명하기 복잡한 감정 하나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문을 닫고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입속의 말이 튀어나올 뻔 했다.
'선생님, 친절하게 얘기해 주세요. 환자는 선생님만큼 알지 못하거든요...'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