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바뀔 수 있다

by 윤슬작가

첫째는 한국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제법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릴 때였던 것 같다. 어찌하다가 집에 있던 한국사 전집을 읽어주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고, 스스로 재미를 느끼다 보니 문제를 만들기도 하고, 자료집을 찾아 정리해 주기도 했다. 그 영향 때문이었는지, 본래 역사를 좋아했는지 알 수 없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중학생이 되어 진로를 얘기할 때 첫째는 단단했다. 역사학과를 진학하여 고고학자가 되겠다고, 중국 동북공정에 대해 밝히고 발해사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상황은 자연스럽게 한국사 자격증으로 연결되었다. 첫째의 자격증 시험을 응원하며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첫째는 인터넷을 찾아보고, 문제집 또는 기출문제집을 중심으로 시험을 준비했다. 6급에서부터 시작해 5급, 4급까지 거의 순차적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심화는 어려웠다. 여러 차례 고배 끝에 심화(2급)을 획득하는 것으로 중학교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단 한 번도 예상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사에 대한 열정이 완벽하게 물리로 넘어간 것이다. 한국사가 아니라 물리. 어느 정도 방향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생각에 수학에 대해서도 그렇고, 다른 공부에 대해서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랬는데, 갑자기 이과 계열, 그것도 물리라는 과목으로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정말 '이렇게 바뀔 수도 있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터져 나오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일까. 둘째의 고민에 대해, 진로에 대해 한걸음 물러나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중학교 2학년이 된 둘째는 주변의 친구를 봐도 그렇고, 형, 누나를 봐도 그렇고 당장 뭔가를 결정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어떤 과를 정해야 하고,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빨리 정해졌으면 좋겠다고 걱정이 많다. 사실 '이런 것을 해보고 싶어'라고 하는 게 있으면 좋은데, 딱히 그런 것도 없어 보인다. 얼마 동안 태권도에 빠져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을 하는 것 같더니, 현실적인 것들이 눈에 들어왔는지 꼬리를 내린 모습이다. '진지하게 접근했는데, 이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라고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린 눈치이다. 그러면서 더 조급해진 것 같다. 아직 결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쪽이다 싶다가도 다른 쪽으로 가게 될 수 있다고, 학과 공부를 진행하면서 관심이 더 생기는 것을 찾아봐도 된다고, 지금 당장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중학교 2학년이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도움이 안 되는 눈치이다.


두 아이를 보면서 배우고, 수정하고, 나아가는 느낌이다. 두 아이 모두 어떻게 보면 민감하고, 어떻게 보면 중요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변수가 너무 많은 시절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첫째를 지켜보면서 얻은 게 하나 있다. 진로는 바뀔 수 있으며, 사람은 변화를 추구하며, 그 모습이 때로는 혁명일 수 있다는 것을. 적어도 내가 아는 바로는 물리는 어려운 과목이다. 그런데 물리 이론에 대해 찾아보고, 어려운 물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첫째를 지켜보면서 진로에 관해 얘기할 때는 조심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물리 공부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다고 해서 다른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잘 해내야 하는 과목이 많아졌고, 시험 결과에 대한 압박도 상당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것은 뜻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그 뜻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첫째에게 생겨나길 바라고, 응원해 주는 것이 나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바라본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둘째에게도 그런 시간이 찾아올 거라고 믿고 싶다. 스스로 뜻을 발견하고 세우려는 날이 찾아올 거라고 믿고 싶다. 물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쉽지는 않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요즘 부쩍 부모 교육 관련 책에 손이 자주 간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현명하게 넘겼는지 궁금한 까닭일 것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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