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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나는 언제 행복하다는 말을 했더라?

by 윤슬작가

꿀과 행복, 그 자체가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

둘 다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간단히 말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다.


- 행복의 기원 p.9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표적인 행복 심리학자인 서은국 교수는 자신의 강의에 대해 이렇게 경고한다. "이 수업을 들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라고. 행복하기 위해 행복론을 찾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그렇게까지 단호하게 얘기하는 이유가 궁금할 텐데, 친절하게도 그가 안내서를 준비했다. 바로 <행복의 기원>이다.


행복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행복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에서부터, 행복을 경험하는 순간에 어떤 일이 생겨나는지, 조금 더 행복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나아가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까지 철학적으로, 심리적으로, 과학적으로 꾸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나 역시 연구자는 아니지만 호기심이 생겨날 때마다 찾아 읽어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이 독서모임 지정도서로 선정되었다. 기원이라는 단어를 통해 출발점이 어디일까, 궁금해하면서 읽어내려갔다. 생각해 보지 않은 방향에서 접근하고, 전개한 까닭일까. 기존에 내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행복의 기원>은 총 9장으로 이뤄져 있다. 저자는 인간이 지닌 한계를 언급하면서 행복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건네온다. 무엇보다 인간은 100퍼센트 동물이라는 것에 대한 자각을 요구한다. 인간을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는 시각에서 벗어나 진화론적 입장에서 인간은 엄연하게 동물에 분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동물과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이성적인 인간'이라는 표현을 즐기지만 생존 본능의 DNA를 가장 우선시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인간이 지닌 동물적 본능이 생존, 그리고 번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이때 행복 그러니까 쾌락이라는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3장에 "난 공작새의 꼬리를 볼 때마다 어지럽고 토가 나온다네"라고 얘기한 다윈의 이야기가 나온다.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불편해 보이는 공작새의 꼬리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와 그것이 생존과 번식에 끼친 영향력을 설명하고 싶었던 다윈의 바람이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는 그 문제도 해결한다. 즉 생존과 번식이라는 카테고리 속으로 분류할 해답을 찾은 것이다.


<행복의 기원>을 읽다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고, 멈춰 서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쾌락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개인의 자유감이 쾌락으로 이어지고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자치 쾌락주의가 전부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생존과 번식에 '혼자'가 아닌 '사람'이라는 안전망을 제안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뒷심을 발휘했다. 책을 덮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천연의 행복은 레몬의 신맛처럼 매우 구체적인 경험이다(p.186)"였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기보다 살아가다 보니 행복을 경험한다는 말이 더 구체적으로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럴 때 누군가와 함께 있음으로 인해 더 큰 행복을 느꼈고, 더 큰 불행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책은 다른 행복에 관한 책을 읽을 때와 달리, 삶의 유인책이라고까지 표현한 '행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기보다 내가 언제 행복감을 느꼈는지, 언제 쾌를 떠올리고, 불쾌를 경험했는지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얼마나 자주 즐거운 기분을 느끼는지, 어떤 상황에서 그런 기분을 마주했는지,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그 마음이 두 배가 되었는지. 즐거움, 기쁨, 보람, 만족을 느꼈던 순간과 사람이 기억났으니 그 순간을 더 자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번 책의 수확은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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