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를 쓴다고 얘기하면 조금 과장해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시간 관리에 철저하고, 미래에 대한 목표가 분명한 사람으로 이해하는 모습이다. 거기에 오랜 기간 다이어리와 함께 생활했다고, 나아가 다이어리 쓰기를 즐긴다고 얘기하면 거의 절정이다. 삶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어떠한 일에도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재탄생된다.
그런데 백 퍼센트라고 하지만, 다이어리를 쓴다는 행위가 어느 정도 영향력은 있는 것 같다. 내가 하는 것, 혹은 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스스로 능력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은근히 즐기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단한 것을 체크하지 않았는데도,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그려 넣는 짧은 순간, ’나 이런 사람이야‘ 혹은 '나 이런 사람이었지'라는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소소하다면 소소한 이런 이유가 다이어리는 직접 쓰는 사람에게도, 그 광경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모양이다.
다이어리 쓰기, 과연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나는 다이어리를 거의 매일 쓴다. 다시 말해 '매일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라고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하루를 마치는 것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다이어리와 함께 하고 있다. 기록을 끝내고 책을 덮는 순간, '오늘이 끝났다'라는 생각을 하고, 다음 날 아침 다이어리를 펼치는 순간 '새로운 날이구나'라고 얘기한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 같지만, 어느 것 하나도 똑같지 않은 날을 살아간다는 인식을 다이어리에서 확인하는 셈이다. 이것이 다이어리 쓰기가 지닌 첫 번째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어리를 쓴다는 것 자체가 인생 공부가 되는 것 같다.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똑같은 날을 보내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게 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이 다이어리 쓰기에 숨어있는 진짜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이어리를 쓰면 어제를 살펴볼 수 있고, 그 전전날을 찾아볼 수 있다. 역사라고 할만한, 기록이라고 할 만한 것이 생겨는 셈이다. 사실 이렇게 기록하지 않으면, 당장 며칠 전의 일에 대해서도 가물가물해진다.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 뭐했더라?'가 되기 쉬운데, 다이어리 쓰기를 하면 적어도 그런 상황은 피할 수 있다. '나,... 하면서 보냈잖아. 열심히 살고 있네!'라는 대답을 돌려줄 수 있다. 즉 다이어리 쓰기는 삶을 위해서도 쓰이지만, '나'라는 존재에게도 쓰임이 있다. 시시해 보일 수 있지만, 기억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어떤 경로를 통해 거기에 다다랐으며, 또 기대로 가득 차 있는 내일을 향해 어떤 방향으로 발을 디뎌야 하는지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다. 다이어리를 쓰는데 대단한 규칙이 있지 않다. 일정을 체크하는 것에서부터 그날 해야 할 일을 점검하는 것, 시간별로 업무를 배분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 기분이나 감정을 관리하는 용도, 메모를 남기거나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공간,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점검하는 것까지 다양한 목표가 있는 만큼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적용하면 충분할 것 같다. 그렇게 며칠, 몇 주 반복하다 보면 다이어리가 말을 걸어온다. 기억이 기록 창고에 보관되기 시작했다고, 기대로 가득 찬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려보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내준다.
다이어리 쓰기의 본질은 ’쓰는 행위‘가 나의 삶에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인생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아니라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시적인 우울감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일정 기간을 통과하고 나면,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혹은 무엇까지 이룰 수 있을까라는 상상력을 발동하게 만들기도 한다. 글쓰기 강의 시간에 수시로 내뱉는 말을 이곳에서 다시 내뱉을 줄 몰랐다.
“다이어리 쓰기, 다어어리를 쓴 사람을 위해 가장 먼저 쓰인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