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좀 구식이야"
큰 아이가 농담처럼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해 주는 말이 있다.
"심플 is 베스트!"
"아니, 엄마는 좀 오래된 사람 같다고!"
"클래식이라는 얘기지?"
동문서답도 이런 동문서답이 없을 것이다. 몇 번 비슷한 일을 경험하고도 포기가 잘 안되는 모양이다. 아주 가끔 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남편이 옆에서 거들 때가 있다. "자기가 좀 올드 한 편이긴 하지!"라고. 하지만 살아온 세월의 무게 덕분인지, 눈치는 '100단'이다.
"내가 옷이라도 하나 사 주고 이런 얘기를 해야 되는데, 그치?"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를 해도 내가 올드 한 사람인 것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올드한 것이 개성이라고 항변하는 것은 오래전에 그만두었다. 아니, 그보다는 올드를 포함하여 '나는 이런 사람'라는 것을 확립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을 마음 편하게 여기는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나아가 어디에 집중하는 사람인지.
무엇보다 나는 여백을 좋아했다. 꽉 차 있는 것 같은 상황이나 공간, 느낌에 답답함을 느꼈다. 애매하거나 불분명한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차라리 텅 빈 공간을 두고 상상하기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단순한 것을 좋아했고, 정리 정돈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가볍게라도 집안 청소를 하고 나오고, 주방 설거지를 끝내놓고 외출하는 것이 마음이 편한 사람이었다. 일상에서 그런 모습이 보였는지 아이들은 어느 정도 엄마를 파악한 것 같다. 엄마는 정리 정돈을 좋아하는 사람, 화려한 것보다 심플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 간단명료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아마 바깥활동을 하고, 뭔가를 계획해서 진행하고, 점검하는 일을 자주 하다 보니 그런 성향이 더욱 강화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가끔 궁금해질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까, 아니,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했을까,라고.
왜냐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거기에 덧붙여 나의 일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기준 같은 것을 세웠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 해낼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과한 욕심은 부리지 않고, 대신 '이것만큼은'이라는 것을 지키자고 몇 가지를 다짐했었다. 예를 들어 올드해 보이더라도 꽉 막힌 것 같은 느낌은 주지 말아야지, 책을 좋아하지만 책 속에서만 살아가지는 않아야지, 남편과 다투기도 하고 자신들을 혼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따듯함으로 둘러싸인 사람이라는 것은 느낄 수 있도록 해야지, 혼자 잘 놀고, 함께 있어도 잘 노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와 같은 것들. 그 노력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 연장선에서 엄마라는 역할도 잘 수행하기 위해 마음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구박 아닌 구박을 당할 때가 생겨났는데, 요즘은 내공이 생겼는지 유머를 발휘할 때가 있다. 요즘 내가 찾아낸 최고의 유머는 이것이다.
"사람이 명품이면 돼!"
처음에는 '헉'하면 당황해하는 눈치가 역력했는데, 요즘은 그것도 익숙해진 모양이다.
"엄마~ 너무 갔어!"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