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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의 힘은 강하다

by 윤슬작가

"나이팅게일이 말한 마법의 말은 바로 '태도'다. 이 강연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으며 태도가 무엇인지 깨달았고, 나의 태도는 어떤지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나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나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먼저 태도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했고 그다음에 이것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깨달아야 했다. 나는 태도를 공부했고 내 태도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바꿨다. 내 태도는 다른 누군가가 반복을 통해 만들어준 것이었다."


밥 프록터의 <부의 확신>에 나오는 문장이다. 글을 읽으면서 "마법의 말= 태도"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되뇌었는데, 나의 태도를 시작으로 가족, 친구, 아이들에게까지 시선이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아마 '내 태도는 다른 누군가가 반복을 통해 만들어준 것이다'라는 문장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어린 왕자>가 생각났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말한다. '네가 길들인 것에는 책임이 따른다'라고. 그 말에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낸 장미를 떠올린 어린 왕자는 미안함과 그리움에 눈물을 흘린다. 어린 왕자 때문인지, 길들인다는 것 때문인지, 다른 누군가가 반복을 통해 만들어줬다는 문장 때문인지, 하여간 그 글에 마음을 빼앗겼을 때의 일이다.


그날은 일주일 동안 차곡차곡 쌓은 재활용품이 상당했다. 비가 와서 미뤘고, 바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날짜를 넘기던 중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쓰레기를 가지고 내려갔다. 먼저 음식물을 버리기 위해 쓰레기와 재활용품은 입구에 놓아둔 상태였다. 초등학교 5학년쯤이 되어 보이는 아이가 엄마 뒤에 이끌려 종이 박스를 가지고 오고 있었다. 아이는 자신의 몸짓만 해 보이는 박스를 들고 있었고 엄마는 문자를 주고받는지 연신 휴대폰을 보면서 걷고 있었다. 아이는 종이를 모우는 자루 근처에 박스를 툭 던졌는데, 하필이면 그때 나와 눈이 마주쳤다. 자루에 넣어야겠다는 생각보다 근처에 두면 될 것 같다고 그러고는 아무렇지는 않다는 듯 엄마를 따라 걸음을 옮겨갔다. 아마 내가 곧바로 자리를 옮겼다면 상황은 그대로 종료되었을 것 같다.


음식물을 버리고 무엇을 먼저 버릴까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조금 전의 그 아이와 키도, 덩치도 비슷해 보이는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양손에는 A4 박스를 두 개 들고 있었는데, 이내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자루를 향해 슛을 날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루 근처에 떨어진 종이를 하나씩 들어 자루를 향해 슛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방금 전에 떠난 아이의 박스를 발견하고는 종이 위에 올라가 모서리 여기저기를 발로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마법의 말=태도"라는 것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두 아이를 비교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두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나의 생각에 대해 얘기해 보려는 것뿐이다. 태도라는 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비록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작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다 보니 잠시 나를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아이는 어떤 행동을 반복적으로 배웠을까, 어떤 길들임의 과정이 있었을까, 나아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있을까 궁금증이 마구마구 생겨났다. 간디는 그런 말을 남겼다. '나의 삶이 곧 메시지이다'라고. 작은 행동을 두고 너무 거창하게 접근하고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오십 년 가까이 살아 보니 '작은 것의 위대함'을 여러 번 목격했다. 작은 것을 반복하는 동안 깨달음이 생겨나고 변화가 생겨난다는 사실에 대해 깊게 공감하는 것도 이유가 될 것 같다. 아이를 떠나보내고, 재활용품 통을 모두 비우고 자리를 옮기려고 할 때였다. 플라스틱을 모으는 자루 옆에 자잘한 플라스틱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다. 기분 좋게 집어 들어 골인을 목표로 '슛'을 던졌다.


배우는 데에는 나이가 없다더니, 그날의 내 모습이 딱 그러했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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