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 동안 일부러 조금씩 아끼며 읽은 책이다. 사실 이 책이 손흥민의 아버지가 지은 책이라도 책표지를 보고 알았다.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실시간으로 방송을 찾는 사람도 아니고, 손흥민에 대해서도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게 제목 때문이었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
저 어려운 말을 나는 누구보다 좋아한다.
이 책은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의 작품이다. 프로선수로 4년의 삶을 살았던, 이른 은퇴를 해야 했던 축구선수 손웅정, 그가 두 아들을 축구 선수로 지도하는 과정에서의 이야기를 담았고, 두 아들 중 한 명인 손흥민이 대한민국의 대표 선수가 되었다. 세상 사람들의 관심은 손흥민을 향했고, 그 너머에 있는 그의 아버지로 이어졌다. 세상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였다.
“손흥민을 어떻게 지도했는가?”
손웅정은 그런 질문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 같다. ‘기술’,‘방법’을 궁금해할 거라고.
하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는 본질을, 자존을 가장 귀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축구 선수도 결국은 사람이고, 사람이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열심히 노력하여 행복하게 살아가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흥민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마음껏 즐기고, 몸을 잘 관리하여 은퇴를 늦출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얘기한다. 물론 기술, 방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의 손흥민 지도법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이것이다.
“나처럼 하면 안 된다”
그는 제도권에서 축구를 했다. 자신이 축구를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훈련을 거쳤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했던 방식, 자신이 알고 있는 훈련법이 아니라, 어떤 것이 선수를 위한 것이며, 어떤 부분이 선수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복기했고, 연구를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출발점이었다.
스스로 훈련법을 만들어내기도 했던 그는 당시의 훈련법을 손축구아카데미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토양이 중요하고, 풍토가 중요하고, 환경이 중요하다고. 현재의 시스템에 안주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것이 선수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무엇보다 선수를 바라보는 관계자, 부모의 마음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읽는 내내 ‘인생’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삶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 내가 축적해나가고 있는 것들에 연관성은 없지만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동시에 아버지로서 그의 행동, 철학, 태도를 보면서 엄마로서 나의 행동, 철학,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평소 내가 생각했던 문장, 표현이 챕터를 이루고 있어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속에 넣어 오물오물 맛있게 먹었다. 손웅정이 말했고, 내가 말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나는 세상에 당연한 것이 없다는 말을 즐긴다.
축구보다 사람은 먼저다. 글을 쓰는 것보다 살아가는 게 먼저이다.
혜성은 없다, 위대함의 과정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반복의 힘, 꾸준함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가정은 최초의, 최고의 학교,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을 기억한다.
기회는 준비가 행운을 만났을 때 생긴다, 오늘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는 하루에 세 번 자신을 되돌아본다고 했다. 그 말을 끝으로 책을 덮었다.
손흥민은 말했다.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다”
어디에서 그 말이 나왔는지 공감이 가고도 남음이었다. 그리고 감동이었다.
인생의 선배, 후배로서, 부모와 자식으로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 운동선수를 둔 부모,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아이를 위하는 길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소중한 책이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