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고 침해하는 /우리의 처음과 끝에는 가족이 있었다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서 발견되는 것들이 있다. 그동안 내 안에 품고 있던 감정, 생각, 가치관 같은 것들인데, 이는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시간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럴 때의 감정은 당혹스러울 때도 있고, 어떤 날에는 불편하기도 하다. 물론 안도감을 마주하게 되는 날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나의 경우도 그렇고, 주변의 모습을 봐도 그렇다. 만약 주제가 '나'가 아니라 '가족'이라면 어떨까? 가족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여기 어렵게 느껴질 것 같은 가족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책이 있다. 바로 <친애하고 침해하는>이다. 이기영 작가 특유의 유쾌함으로 '가족'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태어나는 순간, 하늘이 맺어준 관계. 떠나는 순간, 하늘가에 이르는 동안 지켜봐 주는 관계. 우리 인생의 시작과 마지막에는 '가족'이 있다. 그래서 경계가 모호해지기 쉽고, 서로를 너무 잘 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책의 제목처럼 '친애하고', 그리고 '침해하는'이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연스럽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기영 작가는 자연스러움이 당연한 것이 되는 것을 경계하며 고유함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했다.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인정하고, 각자의 무게로 무거움과 가벼움을 견디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진지한 소망을 유쾌함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이기영 작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부부를 넘어, 가족, 그다음에는 어떤 사람, 혹은 사람들을 이기영 작가가 모셔올지 벌써 궁금해진다.
무조건적으로 함께, 같이를 요구하지 않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구분을 명확하게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하지만 결국 이 세상의 처음에 가족이 있었고, 마지막에 가족이 있음을 상기시키게 만드는 <친애하고 침해하는>, 가을 문턱에 선 요즘, 당신의 무릎 위에 올려주고 싶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