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독립심을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내야 한다는 것을 은근히 강조했다. 워킹맘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고, 그것이 어렵지만 필요하다는 생각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삶에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범위에 대해 고민하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선택하고 행동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계속해서 연습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러면 잘 하게 되지 않을까 믿고 있다.
이틀 정도 갑자기 아침이 바빠졌다. 둘째가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줄 수 있는지 물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학교에 데려다 달라고 한 적이 없는 아이였다. 그런데 그제 저녁, 자전거를 타다가 다리를 다쳐 진물이 많이 나고 붓기가 올라 다리에 힘을 주는 게 어려워 보였다. 평소라면 자전거를 타고 씽 달려갈 길이 힘들 것 같다며 부탁을 해온 것이다. 아픈 것에 대해 마음이 쓰이기도 하고, 혼자 이래저래 수습한 것이 신경 쓰여 흔쾌히 허락했다. 학교가 멀지 않아 금방 데려다주고 와서 대충 정리해놓고 출근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이를 데려다주기 위해서 아침에 정문을 빠져나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신천 대로에 올리는 자동차들을 아파트에서 바라보면서도 '그러려니'했는데 상황은 심각했다. 도무지 움직이지를 않았다.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다시 돌아오니 40분이 흘러 있었다. 그때부터는 빛의 속도가 필요했다.
어제의 실수를 만회하지 않겠다고 생각에 오늘은 아예 같이 출근 준비를 했다. 조금 더 아침을 간단하게 준비했고, 조금 더 일찍 서둘러 정리해놓고 아이와 함께 출근했다. 서둘렀다고 하지만, 준비를 하고 같이 나오려니 10분 정도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차가 하나도 없었다.
'무슨 상황이지?'
미끄러지듯 아파트를 빠져나왔고, 도로에 나오니 어제와 달리 차도 별로 없었다. 단 10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새삼 10분의 위대함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오늘의 신기루 같은 현상을 본 둘째 역시 신기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빨리?'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며 이야기하던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멍 자국이 생기면서 상처가 낫기 위해서는 며칠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다음 주에는 어떤 말을 건네올지 잘 모르겠다. 며칠 더 학교에 가는 것을 도와달라고 할지, 아니면 괜찮다면서 자전거를 타게 등교할지 알 수 없다. 예상보다 빨리 학교 정문에 도착한 모습에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독립심과 상관없이 이참에 엄마에게 기대고 싶다는 마음도 들 것 같다. 그래서 미리 마음 준비를 끝냈다.
'도와달라고 얘기하면, 도와주자'라고.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