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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Dec 05. 2022

카타르 월드컵 / 확률 9%, 확률 26%

9%의 확률로 16강에 오른 국가대표팀, 이번에는 26%라는 숫자를 선물 받았다. 일요일 저녁 온라인 뉴스 기사를 보는데, 한국이 브라질을 이기고 8강에 오를 확률은 26%로 16강에 오른 국가 중에 최저라고 했다. 그러면서 첫 화면에 손흥민과 대표 선수들의 모습이 훈련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환하게 웃는 모습이 헤드라인 뉴스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지난 포르투갈과 경기를 할 때, 9%의 확률이라는 것도 모르고 관람했다. 앞서 경기가 아쉬웠지만, 포르투갈이 강한 팀이라서 걱정되었지만 끝까지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포르투갈에 한 점을 뺏기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제야 경우의 수, 확률이라는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기적이 필요했다. 


선 우리가 포르투갈을 이겨야 했다. 피파 랭킹 9위를 28위인 국가가 이기겠다는 발상을 두고 기적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만 16강 진출이 가능했기에 어찌 되었건 우리 힘으로 첫 번째 기적을 만들어야 했다. 두 번째 기적은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였다. 피파랭킹 14위 우루과이가 61위의 가나를 이길 거라는 예상에는 거부감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기더라도 우리와 우루과이가 2위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초반에 터진 2골에서 끝나야 했다. 더 이상의 득점이 생기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표현하면 이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가나와 우루과이, 그리고 하늘만이 아는 일이었다.


무승부로 상태로 후반전이 시작되었고,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봤지만 그리 쉬워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대로 무승부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조금씩 걱정이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 선수들의 마음도 비슷했던 것 같다. 그들은 무너지지 않았다. 축구장 곳곳을 누비며 마음을 다해 더 열심히 달리고, 막고, 다시 뛰어나가기를 반복했다. 우루과이는 2골을 차이로 가나를 이기고 있었고, 무승부 상태로 후반전이 끝나가고 있었다. 정말 확률이 의미를 구축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확률은 어디까지나 확률이었다. 가능성의 영역이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았다. 후반 연장 시간이 6분 주어졌을 때, 손흥민은 자신에게 온 공을 가지고 골대를 향해 앞으로 달려나갔고, 여러 명의 수비수에게 둘러싸이자 황희찬에게 공을 패스했다. 그리고 황희찬은 끝내 승리골로 완성했다.


"시작은 내 뜻으로, 마무리는 하늘의 뜻 "이라고 했다. 국가대표팀은 강팀 포르투갈에게 2:1 승리를 하고도 기쁨의 세리머니를 나누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이뤄낸 첫 번째 기적 이외에도 두 번째 기적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장 시간이 8분, 9분 가까이 주어진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가나가 이대로 잘 막아주기를, 하늘이 우루과이의 손이 아니라 한국의 손을 들어주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뛴 선수들을 포함해 밤늦게까지 함께 청한 사람 모두 똑같은 마음이었다. 지극한 마음이 하늘을 감동시킨 걸까, 정말 두 번째 기적이 이뤄졌다. 하늘은 16강 티켓을 우루과이가 아니라 대한민국에게 건네주었다.


9%의 확률이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추가골 없이 우루과이를 막아낸 가나의 마무리에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16강, 드디어 내일이다. 피파랭킹 1위인 브라질과 8강 진출을 위해 뛰어야 하는 우리에게 전문매체는 26%라는 확률을 안겨주었다. 확률이 확률이 될지, 정확한 예측이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뛰고, 달리고 막겠다는 다짐을 해볼 뿐이다. 


내가 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새벽 4시, 눈이 번쩍 떠져서 TV 앞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데, 잘 일어날 수 있을지, 조금 애가 쓰인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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