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에서부터 출간까지 3년이 걸린 것 같다. 머릿속에 한 번은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파고들었지만, 쉽지 않았다. 루틴, 시스템이 된 것이지만 그것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리고 과정을 설명한다는 것은 만만하지 않은 작업이었다. 다이어리를 쓰면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 다이어리 쓰기를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지만,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내놓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수시로 좌절을 안겼다.
고백하면 초고가 어느 정도 완성되어갈 때 유명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다른 시리즈도 있는 상태였고, '덕분에'의 기운을 받아볼 요량으로 개인적인 경험과 에피소드에서 멈춘 느낌이 있었지만, 퇴고 작업을 거치면 될 거라는 생각에 용기 내어 시도했다. 하지만 흔한 말로 깨졌다. 충격스럽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왜?"라는 질문이 생겨났고, 그러면서 자체적으로 묵혀두기에 들어갔다. 몇 달 동안 원고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오히려 글 자체보다는 기획, 방향, 목표 설정에 대한 전체적인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최종 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 걸까, 그러니까 기획에 대한 퇴고의 시간을 보낸 셈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늦어도 12월 초에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중순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바람 같은 게 있다. 신선한 관점, 해석, 방향, 시도에 도움이 되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바람. 하지만 이는 아직 성공적으로 완성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하긴 완성이라는 것이 없으니,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기는 하다. 이십 년 넘게, 학창 시절부터 다이어리 쓰기를 즐겼고, 사회에 나와서도, 직장 생활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도 바뀌지 않았다. 출판사 일을 하고, 강사, 작가 활동을 하면서부터는 가방 속 보물 1호가 되었다. 그런 시간을 한 권의 책을 담아보았다. 그동안 느꼈던 감정과 배움, 깨달음을 모았다. 작은 다이어리처럼 가방에 쏙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로, 수시로 펼쳐 시간의 주인,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스승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바깥에서 나를 바꾸도록 용납하지 않는다네. 남이 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남을 가르칠 수도 없고 남에게 배울 수도 없어. 인간이란 그런 존재야.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네. 그게 실존이야. (중략) 궁극적으로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다네. 스스로 깨닫고 만족할 수밖에 없아. 그게 자족이지. "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이어리를 쓰면서 실존, 자족을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밖에서 들어온 것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안에서부터 새롭게 태어나고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살피고, 들여다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과정에 최고의 도구가 다이어리라고 생각한다. 일상을 잘 보내는 일이든,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든, 성과를 내는 일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나에게 생겨난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생겨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보려는 마음에 용기 한 스푼을 얹어주는 책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fron. 기록 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