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6,7년 정도 이어오던 독서모임을 올해에 들어오면서 잠시 멈추게 되었다. 성실함 또는 성실함이었을 수 있고, 통찰을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느낌이 좋았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을 발견했다는 기쁨을 넘어, 나의 취미가 이상하지 않다는 안도감을 넘어, 똑같은 책을 이렇게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깨달음, 소중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에 대한 공감과 기쁨까지, 여러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지적인 호기심을 채워주고 마음의 안온함을 선물해주었다.
평일 오전, 또는 저녁, 주말 새벽 또는 밤 늦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여러 방식으로 진행하던 독서모임을 진행했는데, 올해 1월에 들어오면서 그만둬야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책을 읽어낼 자신이 없었다. 책을 읽는 것을 넘어 꼭꼭 씹어먹은 후에야 뭔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생겨나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새벽이나 늦은 시각,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함께 나눌 발제문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 시각이 되면 출판사에 들어온 초고를 검토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초고가 아니면 퇴고를 붙들어야 했다. 1차 퇴고도 있었고, 2차 퇴고도 있었다. 퇴고는 한달음에 읽어내려가야 저자의 호흡을 읽어내고 저자와 연결고리를 이어나갈 수 있다. 저자의 의지와 바람을 읽어내어, 편집자인 나를 넘어 독자에게 나아가는지 유심하게 살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역부족이었는데 간혹 출간기획서를 뒤집은 경우가 있어 방향성을 고민하다보면 아침을 준비할 시간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다보니 독서모임의 기쁨, 깨달음, 삶의 가치는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독서모임을 했던 분들이 소식을 전해오면 불쑥불쑥 마음이 솟구친다. 머릿속으로 이렇게, 저렇게 궁리를 하면서 '어떻게 되지 않을까?'라는 욕심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근래에는 유난히 자제력이라는 단어를 되새기는 것 같다. 단순히 저항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럴듯한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내는 능력을 발휘하려고 노력중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고 여겨질 때 시작해야 한다는 나만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독서모임을 했던 분들과 벙개 모임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치와바타빵과 핫케익, 커피를 얻어마셨다. 내 안에 있는 것,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 불안하게 바라보는 것, 그동안의 변화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데 독서모임을 했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시간은 순식간에 지금이 아니라 몇달 전의 어느 아침으로 우리를 옮겨놓았다. 그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상황, 내 능력과 무관하게 나도 모르게 마음속의 말이 불쑥 튀어나올 뻔했다.
'우리 독서모임 다시 시작할까요?'
'역시, 난 너무 감정적이야...'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