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목록이 또 하나 늘었다

by 윤슬작가

뭔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슬픈 일이다. 준비과정이 치밀했을수록, 기대감을 높았을수록, 예상과 빗나간 일 앞에서는 아쉬움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추진하던 일이 몇 개 있었는데 결과가 아쉽다. 늦은 시각,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갔다가 기다리던 발신자의 이름이 보여 메일을 열었다가 좌절했다. 탈락 메일, 공기가 순식간에 바뀌면서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훅 밀고 들어왔다. 그런데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탄력성이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하도 탈락, 실패를 자주 봐서인지 '아, 이번에도 안 됐네'라는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고, 이내 남편이 앉아있는 식탁으로 가 막걸리 한 잔을 같이 들이켰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이런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뭐, 됐어!'

'아니, 그래도 그렇지, 웬만하면 뽑아주지...'

'하긴 그렇게 많이 참가했으니, 쉽지 않았을 거야...'

'자산 목록이 또 하나 추가됐어. 비록 탈락 목록이긴 하지만...'


예전의 나라면 탈락을 마주하고 좌절에 둘러싸여 실패자로 스스로를 괴롭혔을 것 같다. 배움이나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결과에 함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탈락이 아니라 배움이라는 것을,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탈락 또는 실패라는 단어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그로 인해 나아가지 못하는 마음, 안정적인 것만 지켜내려는 마음을 경계하려고 더욱 애쓸 뿐이다. 헬렌 켈러가 남긴 '인생은 과감함 모험이던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신봉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흔히 하는 말로 가능성이 있고, 끝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데, 스스로 문을 닫고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물러서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이럴 때 내게 해주는 말이 있다.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것뿐이지, 내 생각이 실패하고, 내 행동이 실패한 게 아니야'라고. 어제 잠자리에서 들려주었고, 아침에 집을 나설 때도 다시 한번 들려주었다. 탈락 메일로 인한 약간의 우울, 슬픔과 이별하고 새로운 오늘을 마주할 생각이다.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해 도전해 봐야지, 생각했던 건데 일단 한번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오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본다. 오늘, 지금 이 순간 어떤 경험을 하든 자산 목록이 늘어나는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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