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더 이상 엉망이 되는 게 싫어질 때

by 윤슬작가

무기력감을 호소할 때, 특히 그것이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서 올 때, 솔직히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고민이 된다. 멘토라고 찾아왔는데, 어떤 조언이라도 들으면 힘이 될 것 같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 사람보다 나를 먼저 들여다보게 된다. 나 역시 어떤 날에는 잘 사는 것 같고 어떤 날에는 어디 쥐구멍이라고 숨고 싶은 날이 많은 까닭에, 어떤 말이라도 건네줄 수 있는 상황인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저 '위한다는 마음'으로 몇 마디 건넸다가 하루 종일 끙끙 앓았다. '그 말은 그 사람이 아니라 나한테 필요한 말이었어'라는 부끄러움이 신발에 돌덩이라도 묶은 것처럼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 어느 정도 안정감이 보이고, 말에서 성급함이 느껴지지 않으면 조심스러운 마음이지만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정리해서 나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무기력한 기분, 사실 그 기분은 누구에게나 찾아든다. 일종의 허무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스스로 가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찾기 어렵고, 우울한 공기가 온몸을 둘러싼 것 같은. 인생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에 눌린 것 같은. 결정적인 이유도 있는 날도 있지만, 딱히 이유도 없어 보이는데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기분일 때가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수준일 때, 예를 들어 적어도 내가 건네는 이야기를 들을 힘이 있고, 몇 마디라도 마음을 드러낼 수 있을 때, 나는 말을 건네는 편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도로 자괴감, 죄책감, 불안감이 최고조일 때는 솔직히 조심스럽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가정하에 건네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청소, 뜬금없이 청소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억지로라도 청소를 해보라고 얘기해 준다. 내 경험에서 나온, 적어도 내게는 유효했던 방법이다. 책상, 화장대, 방 청소, 조금 내키면 싱크대 청소 정도. 크지 않아도 되니 하나의 구역을 정해 청소를 권해주고 싶다. 나는 청소를 할 때마다 느꼈다. 책상 정리를 하는데, 꼭 내 마음을 정리하는 것 같았고, 방 청소를 하는데 내 마음을 구석구석 청소하는 기분이었다. 청소가 내키지 않는다면 무작정 운동화를 신고 밖에 나가서 10분이든, 20분이든 걷기도 했다. 정처 없이, 하릴없는 사람처럼 걸었다. 그러니까 청소든, 걷기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추천해 주고 싶다. 몸이 아픈 경우만 아니라면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건강한 생각은 건강한 신체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뻥은 아닌 것 같다고.


그리고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있었던 생각과 마음을 마주하게 되면서 혼자 있으면 정리하지 못했을 것들이 나도 모르게 정리되는 경험을 더러 했었다. 하지만 이때도 길 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공감하고 알아주는 사람과의 대화였다. 그러고 나면, 힐링이라면 힐링. 위로라면 위로가 내게 힘으로 되돌아왔다. 하여간 청소를 하든, 걷기를 하든, 친구를 만나든. 루틴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일부터 며칠 몸을 움직이고 나면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판을 두드리고 싶다는 욕망도 서서히 아는 척을 해왔다. 그 순간, 나는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아, 일상성을 곧 회복하겠구나'라고. 나는 알고 있다. 책이 눈에 들어오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면 내가 어느 한 지점을 통과했다는 것을. 깊은 무기력감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나에게 적용되었던 방법이라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깊이의 무기력감이라면,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는 범위라면, 더 이상 일상이 엉망이 되는 게 싫다면, 한 번쯤은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내 경험으로는 마음에 안정감이 찾아들면서 일상이 더 이상 엉망이 되지 않는 일에는 조금은 영향을 줄 것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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