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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Aug 03. 2023

영화 밀수 후기 : 시원한 물속으로 풍덩

평일 영화관 나들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람이 많아서 입구에서 많이 놀랐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여름휴가 기간이었다. 여행지로 떠나지 않은 사람들, 어디로 가면 좋을까 아직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 그들이 늦은 시간 영화관으로 모였다. 김혜수, 염정아. 두 여배우의 연기에 대한 신뢰감 때문일 수도 있고, '시원시원함'을 연상하는 바닷속 풍경 때문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정보를 수집하지는 않았다. 그저 어쩌다가 보게 된 영화 예고편이 찌는듯한 오후 시간이었고, 장르가 범죄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그저 잠시라도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했다. 함께 간 남편에게 '밀수, 재밌다고 하던데?'라는 얘기가 전부였고, 류승완 감독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뉜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어, 일부러 사전 정보를 얻지 않은 것도 있다. 우선 그냥 느껴보기도 했다.


의외였다. '어, 조금 지루한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상과 다른 느낌이 들었고, '설마 이런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즈음,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군천항에서 생활하는 해녀들. 주변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물질로 밥벌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고, 그 틈 속으로 밀수꾼이 모여든다. 상황은 이러했다. 세관을 피해 밀수꾼들이 바다 한가운데에 밀수품을 던져놓으면, 해녀들이 나중에 밀수품을 수거하여 밀수꾼에게 넘겨주고 일정 수익을 챙기는 구조였다. 물론 이 과정은 불법이며, 불법을 위한 범죄가 그 안에서 펼쳐진다.  


어릴 때 식모살이를 하다가 염정아의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된 김혜수.  염정아와 김혜수는 염정아의 아버지와 물질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관원이 닥치게 되고, 염정아는 남동생과 아버지를 사고로 잃게 된다. 그때 곁에 있는 춘자는 몸을 숨겨 그곳을 피해 살아남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갇힌 상황에서 감방에도 가지 않고 행적이 묘연해진 김혜수. 그런 김혜수에 대한 군천항의 소문은 최악이었다. 


"김혜수 = 조춘자 = 배신자"


그런 조춘자가 군천항에 다시 나타난다. 밀수왕이라고 불리는 권상사 조인성과 함께.


군천항을 통하면 안전하게 밀수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에 권상사는 조춘자의 편에 서게 되는데, 그 덕분에 물증도 심증도 없던 상태에서 마음이 복잡했던 조춘자는 아주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그날, 세관원이 달려들어 모두 감방에 가고, 아버지가 죽게 된 그날. 그날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조춘자는 결심한다. 복수를. 


'밀수'를 보는 시원한 바닷속에 배우와 함께 물을 담그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렇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라고 해야 할까. 초반의 지루함이 급물살을 탄 순간부터는 정신없이 빠져들었지만, 중간에 스토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어?'라는 부분이 한두 군데 정도 있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범죄 영화여서인지 조금 잔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고, 그 덕분에 아이처럼 손으로 두 눈을 가리기도 했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어떤 부분은 마음에 들었고,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고 얘기할 것 같다. 나 역시 처음에는 김혜수의 말투나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배우에 대한 선입견 같은 게 아니었나 싶었다. 김혜수가 아니라 조춘자라고 바라보기 시작하니, 그때부터는 김혜수는 사라지고, 조춘자만 남았다. 입이 험악한, 욕을 잘 하는, 눈치가 빠른, 생존 기술을 터득한 조춘자 말이다. 그리고 영화에 소개된 음악은 자주 들어본 음악은 아니었다. 조금 오래된 느낌, 밀수라는 영화의 배경이 그렇겠지만 하여간 옛날 노래라는 느낌이 뿜어나오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영화와 잘 어울렸다.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오래된 이야기. 그 느낌을 전달하는 데에는 딱이었다.


요즘같이 더운 날씨. 영화를 보면서 물속에 몸을 풍덩 담그고 싶은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밀수'를 추천해 주고 싶다. 조금 잔인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감안한다면 부모님이나 가족들과 함께해도 좋을 것 같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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