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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표현력을 높일 수 있을까?

by 윤슬작가

“결국은 표현력이다”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게 자주 하는 말이 “결국은 표현력”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이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예전에 김연아의 무대를 본 적이 있다. 기술적인 면이 뛰어난 것은 당연했지만, 그녀를 보면서 떠올린 것도 똑같은 말이었다.


“결국은 표현력이다.”


표현력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는 의외로 심심하고 간략하다. ‘생각과 느낌을 언어나 몸짓으로 나타내는 능력’이라고 되어 있는데, 쉽게 설명하면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기쁜 일과 슬픈 일을 마주했을 때, 각각 어울리는 모습이 있다. 거기에 기쁜 일이라고 해도 약간 기쁜 일과 하늘을 날아갈 듯 기쁜 일로 나누었을 때, 각각의 상황을 잘 설명하는 표현이 있다. 그래서 표현력은 무엇을 많이 안다거나 경험이 많다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 상황을 폭넓게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고, 상황에 어울리는 적절한 단어나 제스처가 필요하다.


글쓰기도 그 연장선에서 이해하면 된다. 같은 주제의 글을 써도 누군가의 글은 술술 잘 읽히고, 읽는 맛이 느껴지면서 다음에 어떤 이야기나 나올지 궁금해진다. 반면 다른 어떤 사람의 글은 눈이 자꾸 다음 문장으로,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면서 skip 하고 싶거나 읽는 동안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평소 나와 의견이 다른 글이지만 설득당해 자발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물론 단정적인 표현으로 ‘해야만 한다를 강조하는 글을 마주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무엇이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걸까? 비록 반대의견에 해당하는 글이지만 반박의 근거가 명확하고, 근거를 전개하는 방식이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정확한 단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글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결국은 표현력”이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너무 어렵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단순화시켜 적절한 단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막힘없이 읽게 하는 것, 그러다가 어느 순간 ‘벌써 다 읽었어?’라는 말이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표현력을 높일 수 있을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독서, 인풋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문체, 전개 방식, 단어. 사실 이런 것들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독서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쌓이는 소중한 자산이다. 내 안에 얼마만큼의 자산을 가지고 있느냐가 나중에는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쌓인 게 넘치면, 나의 글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스스로 놀라게 된다.


‘어? 나도 이런 표현을?’

‘이 문장은 내가 봐도, 진짜 마음에 드는데...’


두 번째는 어휘에 욕심을 내었으면 좋겠다. 초등학생이 쓰는 어휘와 대학생이 쓰는 어휘가 다르다. 그러니 평소에 자주 쓰는 단어, 어휘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단어, 인상 깊은 단어를 만나면 기록해 두었다가 글을 쓸 때 활용해 보자. 과거 컴퓨터에 단어 사전을 적어두고 키워드별로, 주제별로 정리했던 적이 있는데, 나름 효과가 좋았다. 사실 단어만 바꾸어도 같은 주제, 같은 내용의 글이지만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표현력을 높이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쉽지 않다. 그렇지만 쉽지 않은 것과 불가능한 것은 다르다. 쉽지 않다는 것이지,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다. 위대한 작가들이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현재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고백을 기억하자. 표현력을 높이는 방법도 끝내 ‘많이 읽고, 많이 쓰기’라는 원론적인 결론에 도착했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진실인 것을.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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