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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by 윤슬작가

좋은 글은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좋은 글은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초고를 쓰는 상황에서든, 퇴고를 진행하는 상황에서든, ‘쓰고 난 이후’에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가 있다. 오랜 시간 글을 써온 사람들이라면 ‘비슷한 마음이야’라고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한번 이렇게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시도해 보면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첫 번째, 글을 쓴 다음에 여유 시간을 확보하기.

글을 완성한 다음, 서둘러 글을 고치려고 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봄옷을 챙겨 넣고, 여름옷을 찾는 모습이었. 그럴 때 한 템포만, 속력를 늦춰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글을 쓸 때는 쉽게 생각하면 ‘열정’으로 한걸음에 달려가는 게 좋다. 하지만 ‘쓰고 난 이후의 것’을 다듬을 때는 ‘열정’이 아니라 ‘냉정’이 필요하다. 분석가가 되어 꼼꼼하게 살펴보는 눈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이 ‘열정’에서 ‘냉정’으로 옮겨올 수 있는 시간 말이다.


두 번째, 쓰고 난 이후에는 독자가 되자.

‘글을 쓸 때는 저자, 쓰고 난 이후에는 독자가 되자’가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다. 보통 글을 쓸 때는 나의 마음에 기대고, 내 생각에 올라타서 나만의 관점을 이야기한다.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 있다면 내 마음이고, 생각이고, 관점이다. 하지만 글을 다듬을 때는 다르다. 그때부터는 독자의 마음, 독자의 생각, 독자의 관점을 지녀야 한다. 예를 들어 미로를 설계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미로에서 탈출할 것인지 경로를 생각해, 그 길을 찾는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설계한다. 그러니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끝내지 않는다. ‘쓰고 난 이후의 것’을 다듬는 것도 다르지 않다. 독자가 생각할 ‘경우의 수’에 대해, 독자가 되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문장의 완성도를 욕심내자.

마지막은 문장에 관한 얘기이다. 글을 문장의 조합이다. 그러니까 문장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결국 글의 완성도와 연결된다. 단단한 글은 단단한 문장의 조합이고, 지루한 글은 지루한 문장의 연속일 확률이 높다. 거기에 문장은 단어의 나열이며 결합이라는 점을 떠올릴 때, 반복적이고 지루한 단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낯선 단어를 어색하게 끼우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라는 소리를 피하려면 말이다. 다양한 단어, 신선한 문장, 속도감이 느껴지는 길이에 대해 연구하여 ‘쓰고 난 것’에 활용해 보자.


글은 어떻게든 첫 문장, 첫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 첫 문장, 첫 글이 있어야 두 번째 문장, 두 번째 글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기억하자. 어디까지 ‘시작한다’라는 의미이지, ‘완성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고 난 이후에 여러 번 다듬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리해도 좋을 것 같다. ‘쓰고 여러 번 고치는 것까지가 한 세트구나!’라고 말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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