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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Aug 29. 2023

기록이 말을 건네오는 그날까지

7월, 8월 전주에 강의를 다녀왔다. ‘기록법’을 키워드로, 주제는 ‘리더라면 기록을 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목적을 가지고 쓰든, 그렇지 않든 기록의 힘이 부쩍 부각되는 요즘이다. 너무나 친숙한 기록, 오랜 시간을 함께한 습관이기도 하고, 나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이름이기도 하다.     


“기록이 중요할까요?”


물론이다. 나는 기록을 중요하게 여긴다. 조금 더 분명하게 표현하면 ‘기록하는 행위’에 대해 얘기하기를 즐긴다. 기록하지 않던 사람이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금세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며칠 기록을 했다고 곧바로 좋은 결과와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 기록이 쌓였다고 기록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역사가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기록하는 그 순간에는 변화가 생겨난다. 손으로 쓰고, 쓴 기록을 눈으로 확인하는 동안 내면에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생겨난다.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나쁘지 않은, 오히려 기분 좋은 느낌이다. 그러면서 ‘이 느낌, 뭐지?’,‘잘 모르겠지만, 괜찮은 느낌인데’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머리가 말랑말랑해지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러니까 ‘기록하는 행위’가 결과를 떠나 과정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기록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쉽게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업무를 기록하는 것, 일과를 기록하는 것, 감정을 기록하는 것,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까지 모든 것이 해당한다. 누구나 저마다 목표 혹은 바람으로 시간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 기록인데, 처음에는 기록이 어떤 말을 건네오지는 않는다. 일방적으로 기록하며 계속 허공에 말을 건네는 기분이다. 그렇다 보니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며칠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걸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이렇게 해서 변화가 생길까?’     


처음 시작할 때의 열정, 의지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별다른 차이가 생겨나지 않자 마음속에서 의문이 올라오고, 의심이 생겨난다. 여기가 고비인데, 이 지점을 잘 통과했으면 좋겠다. ‘우선 한 달, 아니 일주일만 채워보자’라는 마음으로 끈기를 발휘해 보면 좋겠다. 마라톤한다고 했을 때 일등이 목표가 아니라 완주를 목표에 둔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 ‘혹시?’,‘어쩌면?’이라는 낯선 감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기록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는 그날, 자신을 설명할 또 하나의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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