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감악산에서 아스타 국화를 만나다

by 윤슬작가

거창, 살면서 이곳을 지나올 일이 거의 없었다. 인스타에서 거창 감악산 아스타 국화에 대해 릴스가 올라와도 ‘그러려니’ 하면서 지나쳤던 것 같다. 풍력발전기는 동해에서 보았고, 아스타 국화는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여러 번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감악산에 아스타 국화가 있었던 것인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궁금함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일요일 거창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우연히 ‘제3회 감악산 꽃 & 별 여행’이라는 현수막을 보게 되었다. 궁금한 마음에 인스타에 검색하게 되었고, 해발 900미터의 산이 아스타 국화가 뒤덮인 모습이었다. 남편과 얘기를 나눈 후, 운전대를 감악산으로 돌렸다. 오후 5시, 조금 늦은 감이 있기는 했지만, 일몰의 풍경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 기대하는 마음으로 산길을 올랐다. 꼭대기까지 차량이 올라갈 수 있어서 나와 남편은 어렵지 않았지만, 우리 차는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쓰는 사람처럼 조금 힘겨워 보이긴 했다. 일몰 시각인데도 제법 사람이 많았다.


감악산의 일몰.


아스타 국화보다 사실 일몰이 더 인상적이었다. 아스타 국화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인위적인 느낌을 피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배경처럼 존재하는 풍력발전기와 일몰이 자리를 빛내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몰로 인해 아스타 국화가 초라해 보이지는 않았다. 마치 ‘너희가 괜찮으면 되었다. 나도 괜찮다’라며 모든 상황을 긍정하는 분위기였다.

제 3회 감악산 꽃 별 여행.

10월 4일 시작해서 10월 15일, 그러니까 이번 주 일요일까지 진행된다. 산길이 조금 꼬불꼬불하고, 한참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입구에서부터 1 주차장까지 셔틀버스가 진행된다고 하니,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조금 더 쉽게 올라갈 것 같다.


감악산에 올랐을 때 새삼 확인했다. 계절이 옷을 갈아입었으며, 하늘과 바람과 땅은 조금 더 나아가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자연스러운 속도로, 그리될 것을 모두 아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처럼, 생생한 봄과 여름에 대한 기억을 붙잡고 있는 나와 다른 세계 같았다. 그러면서, 내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은 흘러간단다. 순리란 그런 거겠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네가 서 있는 곳도 지금 흘러가고 있단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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